카드업계 구원투수 `CRM` 등판

 “마케팅·영업에서 기획, 채권관리까지 고객관계관리(CRM)팀이 간여하지 않는 분야가 없다. 심지어 회사의 영업은 50명에 불과한 CRM팀이 전담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조만간 기업경영을 CRM이 좌지우지할 것이라며 공공연히 들려오는 얘기도 우스갯소리가 결코 아니다.”

 LG카드가 지난 5월 업계 처음으로 전사통합 CRM을 개통한 뒤 달라진 사내 풍속도를 전하는 말이다. LG카드의 경우는 1400만 회원을 5개 대그룹으로 나눈 뒤 다시 수백개 단위로 세분화한,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영업본부 소속인 CRM 1·2·3팀은 시스템 운영에서 실제 마케팅 프로그램 산출에 이르기까지 실제영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신용카드 업계에 CRM의 중요성이 부쩍 강조되고 있는 것은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실적부진과 연체율 증가 등의 난제를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적부진 등을 받쳐줄 신용판매 실적 끌어올리기가 결국은 고객 신용도에 따른 타깃마케팅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LG카드에서는 지난 5월 이후 선보였던 각종 이벤트·할인·경품 행사가 모두 CRM팀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덕분에 종전 마케팅팀은 할인이나 경품서비스를 추진하는 조직으로 위상이 축소됐다. 최근에는 채권관리업무로도 CRM 적용분야가 확대되면서 사실상 회사 경영전반을 장악해 가는 분위기다.

 LG카드의 한 관계자는 “CRM이 가동된 뒤 핵심인력들도 전부 CRM팀으로 전진배치되고 있다”면서 “소비성향은 물론이고 고객의 금융활동 패턴까지 세밀하게 파악되면서 놀라움을 넘어 솔직히 무서운 감마저 든다”고 귀띔했다.

 국민카드는 올 들어 마케팅 CRM을 1차 가동한 뒤 내년 3월을 목표로 전사업무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카드가 구상중인 1200만 고객의 세그먼트 단위는 최대 300개. 성공적으로 적용된다면 신용도·구매성향·인구통계적 기준에 따라 300 종류의 이자율과 개별 마케팅 프로그램이 도출될 수 있는 수준이다.

 국민카드 이승재 팀장은 “벌써부터 전사적으로 CRM팀의 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기존 영업조직은 조만간 새로운 역할을 찾아야 하는 등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구조가 바뀌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카드도 CRM팀을 통해 전사업무 단위로 확장, 적용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밀레니엄비전프로젝트(MVP)의 핵심 기반사업인 통합CRM은 향후 사운을 걸어야 할 중대 과제. 삼성카드는 단계적인 CRM 확대구축을 위해 현재 추가 사업자 선정작업을 진행중이다.

 전문가들은 CRM의 도입·활용도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본격 확산되는 내년 이후에는 카드사의 시장경쟁력까지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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