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PU 위조 박스 제품, 국내 유입 주의보

 최근 아시아 유통시장에서 인텔의 정품 박스 제품으로 위장한 가짜가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어 국내 시장에도 ‘위조 박스 CPU 유입 주의보’가 발령됐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이후 중국, 인도, 홍콩, 싱가포르 등지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인텔이 PC업체를 대상으로 박스 포장을 하지 않은 채 CPU만 공급하는 트레이 제품이 정품 박스 제품으로 둔갑해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 발견돼 인텔이 대응방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남아 등지의 위조업체들은 트레이 CPU를 대량으로 구매한 후 인텔의 정품 쿨러회사인 MNC쿨러나 각 지역의 로컬 쿨러 등을 결합시켜 마치 인텔의 정품 박스 제품처럼 포장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대상 제품은 인텔의 펜티엄4 1.6기가 CPU를 비롯해 1.8, 2.0㎓ 등 인텔의 광범위한 프로세서에 적용되고 있다.

 이 같은 위조 정품 박스 제품이 대랑으로 생산되는 이유는 트레이 제품과 정품 박스 제품의 가격차가 7∼10달러 이상인 데다 트레이 제품은 인텔의 광고비 지원까지 받을 수 있어 트레이를 박스 포장으로 위조할 경우 엄청난 시세차액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형 CPU와 구형 CPU간 가격차가 크게 벌어지면 해외에서 CPU의 표기를 위조해 판매하는 리마킹 제품이 대량으로 유통된 적은 있었으나 트레이 제품을 박스 제품으로 위조해 판매하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대해 인텔코리아의 관계자는 “최근 인텔의 각국 지사를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위조 박스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트레이 제품 공급처를 통해 실태 조사를 펼치고 있다”며 “유포 시기나 수량을 추정하기는 어려우나 3분기 동남아시아 지역의 CPU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기존 80%를 차지하던 정품 박스의 비중이 3분기에는 50%대로 내려온 것을 볼 때 위조 박스 제품이 광범위하게 유포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위조 박스 제품이 대량으로 유포됨에 따라 이들 제품이 국내에 유입될 경우 소비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레이 제품은 정품 박스 제품이 3년 동안 AS를 보장하는 것과 달리 1년에 불과하고 AS도 반드시 트레이 제품 판매처를 통해서만 제공된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측에 따르면 정품 박스 제품의 경우 포장을 개봉한 후 종이 접합부에 남는 흔적이 점선이어야 하나 위조 제품의 경우 일직선으로 표시되며 위조 제품은 시리얼 넘버 표시부에 미세하게 덧붙인 흔적이 있는 등 미세한 차이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런 구별법을 이용해도 쉽게 위조 제품을 판별하기 어려워 CPU 구매시 국내 정식 대리점이 판매한 것인지의 여부를 확인하는가 하면 구매 후 시리얼 넘버를 통해 정품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인텔 CPU를 판매하는 대리점의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위조 박스 제품이 광범위하게 유통된 점을 감안할 때 국내시장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싼 제품의 구매를 피하고 국내 각 대리점의 정품 스티커가 붙어있는 CPU를 확인한 후 프로세서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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