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 심사역 `미운오리` 전락

 바이오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저조하고 벤처캐피털 내부 여건이 악화되면서 바이오벤처 심사역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 투자 붐이 일어나던 99년 말 앞다퉈 바이오투자팀을 신설하고 관련 전공자를 영입, 바이오팀을 강화한 벤처캐피털들이 최근 바이오 투자에서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자 관련 심사역들을 다른 팀에 배치하거나 아예 팀을 해체하는 등 바이오 투자 조직을 대폭 축소했다.

 회사 내에서 입지가 좁아진 바이오 심사역들은 제조업이나 레저 관련 벤처기업 심사 등 바이오와 상관없는 기업 심사에 내몰리면서 상당수가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창투사의 P 심사역은 올해 코스닥 등록으로 투자 회수를 바라보던 B사의 코스닥 심사 통과가 불분명하고 신규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투자심사할 기업을 찾지 못해 실적이 없는 심사역들은 바이오업계나 다른 창투사들의 바이오벤처 투자 포트폴리오를 분석하는 보고서를 만드는 등 기업 심사와 동떨어진 업무를 하고 있다. 생명공학을 전공한 C 창투사의 한 심사역도 최근 바이오벤처기업 심사보다 제조기업 투자 심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 심사역은 “30여개가 넘는 바이오벤처기업에 투자했지만 회수 기업이 2∼3개밖에 되지 않고 수익률도 낮아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더이상의 손실을 막는 길로 판단된다”며 “바이오 투자가 중단돼 다른 분야의 투자를 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바이오 분야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키로 한 D 창투사는 올들어 1건의 투자도 성사시키지 못하자 투자 고문을 비롯한 관련 심사역 2명이 자리를 옮겼으며 E 창투사도 개점휴업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바이오 심사역은 “조직구조상 바이오팀은 있지만 사실상 IT나 제조업·레저 등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의 심사를 가리지 않는다”며 “창투사 경영여건 악화로 수익을 내지 못한 바이오 심사역들이 정리해고 1순위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바이오벤처기업 관계자는 “40개가 넘는 바이오벤처기업에 투자한 창투사가 바이오팀을 축소하면서 2명의 심사역이 모든 기업을 관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바이오 심사역의 입지가 좁아져 투자받은 바이오벤처기업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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