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T LCD, 대면적의 한계는 과연 어디인가.’
LG필립스가 세계 최초로 디지털 TV용 42인치급 TFT LCD 모듈 개발에 성공함에 따라 이제 업계의 관심은 과연 TFT LCD 크기의 한계는 어디이며, 세계적으로 어느 업체가 ‘50인치 시대’를 가장 먼저 열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특히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AM LCD(TFT LCD)의 한계’로 간주됐던 30인치벽이 힘없이 무너진 데 이어 이제 42인치대까지 진입해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의 영역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어 대형 TV시장을 놓고 TFT LCD와 PDP간의 기술경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42인치 개발 의미=LG필립스가 기존에 세계 최대 사이즈였던 삼성전자의 40인치보다 2인치가 더 큰 42인치 TFT LCD모듈을 개발한 것은 단순히 패널 사이즈를 2인치 늘린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엇보다 대면적화 기술경쟁에서 경쟁국인 일본과의 격차를 넓히는 한편 대만의 TV시장 진입 의지를 꺾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0∼20인치의 노트북 및 모니터용 TFT LCD 시장에서 한국, 대만에 이어 3위로 전락한 일본은 현재 TV시장을 마지막 ‘보루’로 여기고 있다. 현재로선 50%를 넘는 세계시장 점유율로 경쟁국을 압도한다. 하지만 대면적 기술력에선 LG필립스·삼성전자 등 한국업체에 계속 밀리고 있으며 5세대 설비투자 기회를 놓쳐 생산성도 떨어진다.
LG의 42인치모듈 개발은 또 향후 6세대 TFT LCD 설비투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모니터·TV 겸용으로 설계된 5세대와 달리 6세대 라인은 TV용에 초점을 두고 있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최대 사이즈의 TV용 패널 2장을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판 규격을 적용한다.
샤프가 6세대 기판규격을 ‘1500×1800㎜’로, 삼성이 ‘1500플러스α×1800플러스α’로 밝힌 것도 샤프가 37인치, 삼성이 40인치를 각각 염두에 둔 것이다. 따라서 LG의 6세대 규격은 삼성 규격보다 다소 클 것이란 결론이 나온다. 이는 같은 설비투자로 경쟁사보다 큰 패널을 생산, ‘비교우위’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면적 기술의 한계=LG가 이번에 42인치 모듈을 개발하며 삼성이 갖고 있던 세계기록을 갱신했지만 TFT LCD의 대면적화 기술의 한계는 앞으로도 계속 깨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삼성전자의 경우 40인치급 양산에 이어 내부적으로 50인치대까지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샤프·돗토리산요 등 일본업체들도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FT LCD 대면적화 경쟁은 50인치대 초반에서 진정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50인치 이후부터는 TFT LCD와 차세대 대형 디지털TV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PDP가 상당한 강점을 지니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PDP는 현재 63인치까지 상용화된 상태이며 기술적으로는 80인치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향후 대형 디지털 TV용 디스플레이시장은 TFT LCD가 30∼50인치대, PDP가 50∼80인치 영역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관련, 삼성전자 AMLCD사업부 이상완 사장은 “앞으로 디지털 TV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30인치 이하의 소형 시장은 CRT(브라운관), 40인치 전후는 TFT LCD, 60인치 전후는 PDP가 주도하는 황금분할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CRT를 대체하며 평판디스플레이(FPD) 시대의 주역으로 확고히 자리잡은 TFT LCD 기술 진전도가 갈수록 빨라져 대면적화 기술의 한계를 미리 점치기는 힘들다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즉 노트북과 모니터 시장에서 큰 수확을 거둔 LCD업계가 차세대 ‘킬러 애플리케이션’인 TV에 과감한 베팅을 한다면 제조원가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TFT LCD가 PDP 영역을 더욱 잠식할 것이라는 얘기다.
◇TV용 LCD시장 전망=LG의 42인치 모듈 발표로 TV시장을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주요 TFT LCD업체들간의 시장 선점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LG측은 이미 이번 42인치 모듈 개발로 15∼42인치에 이르는 TV용 LCD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5세대 라인을 십분 활용, 당장 내년에 일본 샤프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현 TV용 LCD 시장 지존인 일본 샤프와 세계 최대의 TFT LCD메이커인 삼성전자도 내년부터 TV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어서 이들 빅3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샤프는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TV전용 6세대 라인을 조기에 세트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삼성전자와 LG필립스는 곧바로 6세대 투자준비에 들어가는 등 한치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수를 띠우고 나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TFT LCD시장의 헤게모니 다툼은 ‘디스플레이 시장의 꽃’인 TV쪽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며 “LG·삼성·샤프 등 ‘빅3’간의 경쟁은 이번 LG의 42인치 모듈 개발로 촉발된 대면적화 경쟁과 함께 시장점유율 경쟁 등 전부문에서 매우 첨예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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