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가전업계의 비상경영

 가전업계가 내년도 목표성장률을 크게 낮춰 잡는 등 비상경영체제 수립에 나섰다고 한다. 미국발 악재로 세계경기가 출렁이고 민간소비 등 내수경기가 후퇴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전업계의 보수경영 여파가 IT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여러가지로 걱정이다.

 잘 알다시피 가전산업은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다. 그동안 TV·VCR·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을 수출하면서 선진국 진입의 초석을 다졌고, 첨단기술과 일등상품 개발을 통해 우리의 기술력을 전세계에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실질적인 성장엔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가전산업이 위축되면서 한국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위협하는 작금의 현상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시장이 위축되고 환율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등 대내외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 가전업계의 보수 비상경영 기조가 여타 산업으로 파급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실제로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가전업계가 가전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가정 아래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나서는 등 최악의 경영환경에 대비하고 있다니 우려가 현실화되어 나타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일이다.

 가전업계가 이처럼 목표 성장률을 낮춰 잡는 등 내년도 가전시장을 불투명하게 보는 것은 월드컵 특수 등 디지털영상가전 시장을 견인할 이벤트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또 수출 수익률과 직결되는 원 달러 환율이 출렁이고, 올해 전년대비 25% 성장한 내수시장 성장률이 10%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시장상황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의 하나다. 가전업계가 올해 1250원대를 기준으로 설정했던 경영목표를 내년에는 1110∼1150원대로 상정하고, 공세 일변도이던 사업목표를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핵심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등 보수적인 경영계획 수립에 나선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세계적인 경기부진과 이에 따른 교역량 감소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가전업계가 재도약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제품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또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틈새시장을 겨냥한 고부가가치제품의 개발도 시급한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중저급 제품뿐만 아니라 디지털 가전 등 첨단제품의 세계적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주요 수출시장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대책의 마련이다. 실제로 중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상반기 현재 7.9%로 우리(3.1%)를 추월한 지 오래이며 세계 일등상품 수(460개)로 한국(76개)보다 6배 가량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21세기를 주도할 일등상품 개발이다. 글로벌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고가 아니면 지구촌시장에서 버텨낼 재간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일등상품 부재가 국가경제의 몰락과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등상품의 발굴·육성은 국가적 최우선 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일등상품이 의욕만 있다고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선택과 집중에 의한 일등상품·일류기술 개발, 표준·산업디자인·전문인력 등 기술 인프라 확충, 산·학·연 협력, 국제기술협력 강화 방안과 함께 이를 일관성있게 추진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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