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안·환율상승 등 최악 시나리오 대비
최근 국내외 경제 지표에 잇따라 적신호가 켜지면서 예년보다 일찍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작업에 돌입한 가전업계가 최악의 경영환경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있어 보수적 비상경영체제 도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내수 및 미국의 급격한 소비 위축, 세계 IT경기 후퇴, 불안한 환율 등 국내 업계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어 대형 가전업계의 이같은 보수 비상경영 기조가 여타 IT산업 전반으로까지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은 지난 9월초부터 시작한 내년도 경영계획과 관련, 내년 가전시장 성장이 올해에 크게 못미칠 것으로 보고 목표 성장률을 낮춰 잡는 등 비상계획 수립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가전업계는 특히 △국내 가전시장은 올해 약 25%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성장률이 10% 이하로 떨어지고 △월드컵 특수처럼 디지털영상가전 수요를 견인할 특별한 이벤트가 없으며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 등 불안심리가 상존, 내년도 사업목표를 올해보다 축소 조정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또 수출 수익률과 직결되는 원·달러 환율 역시 최근의 원화가치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당초 1250원대를 기준으로 경영 목표를 설정했던 올해와는 달리 내년에는 1110∼1150원대를 상정하고 있고 최악의 경우 1100원 이하에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 시스템사업부는 지난주 관련 임원 8명이 워크숍을 갖고 내년도 전망에 대해 논의한 데 이어 이달에도 두세차례의 워크숍을 통해 이달말이나 11월초 구체적인 매출 및 점유율 목표와 시장공략 전략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삼성은 최근의 검토작업 결과 내년도 경영 환경이 매우 불투명하다고 보고 무차별·공세적 사업목표를 지양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핵심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춘 보수 비상경영계획 수립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LG전자(대표 구자홍)는 오는 22일 내년 경영계획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올 사업현황을 보고하는 컨센서스 미팅(CM)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앞서 LG전자 DTV사업부도 지난주 워크숍을 가진 데 이어 이달중 경영계획 수립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DTV사업부는 북미 시장이 올해 50% 이상 성장했으며, 내년 DTV 시장이 그나마 올해 성장률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북미 시장을 잡기 위한 전략 및 목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DTV 마케팅 담당 박석원 상무는 “DTV의 경우 내년 국내 시장 성장률은 둔화될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북미 시장은 미국의 이라크 공습이라는 커다란 변수가 있어 이를 감안한 경영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우전자(대표 김충훈)는 당초 11월초 경영계획을 확정하려 했으나 이달말로 예정된 사업부문 등 회사 양수도 마무리 작업이 끝난 11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통해 11월말에야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전자 역시 내년 경영계획을 경기 침체에 대비한 보수적인 전략을 펼친다는 예정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