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기술혁신현장을 가다>(하)R&D 24시간 불야성

사진; 인텔의 한 엔지니어가 90㎚ 공정을 적용한 300㎜ 웨이퍼를 선보이고 있다.

 ‘불이 꺼지지 않는 기술혁신의 현장.’

 인텔의 연구소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객에게 밝힌 제품 로드맵을 지키기 위해 밤새 연구하는 엔지니어들도 많지만 미국을 비롯해 스웨덴·러시아·일본·인도·이스라엘·중국 등 전세계 20여개국에 분산된 75개의 연구소에서는 매순간 인텔의 미래를 밝힐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하루 일과가 정반대로 진행되는 인도 델하이 연구소와 방갈로르 멀티미디어 연구소의 경우, 미국 본사의 고객지원센터가 응대하지 못하는 기술지원을 처리하기도 한다. 24시간 서비스 체계가 갖춰진 것이다.

 요즘 인텔 엔지니어들의 연구개발 관심은 온통 ‘통신과 컴퓨팅의 융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고든 무어의 후계자로 각광받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주 새너제이에서 개최된 2002 추계 인텔개발자포럼(IDF) 폐막 연설에서 “앞으로 인텔의 연구개발 방향은 초미세 나노기술을 바탕으로 광·바이오·무선 분야까지 실리콘 반도체에 통합하는 것”이라며 “이는 언제, 어디서나, 모든 정보기기가 연결돼 누구나 손쉽게 디지털 미래를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인텔의 전략을 가장 앞서서 실천하는 곳이 바로 폴섬 연구소. ‘스트롱암’ ‘엑스스케일’ ‘스트라타 플래시메모리’ 등을 중심으로 개인휴대통신(PCA) 분야의 선행기술과 제품을 개발하는 무선통신 및 컴퓨팅그룹 연구팀이 자리하고 있었다.

 비시 데시만 매니저는 “PDA나 휴대형 컴퓨터에 필요한 모든 반도체를 하나로 통합한 무선컴퓨팅 시스템온칩(SoC)을 내년에 선보일 것”이라며 “각국의 언어로 된 ‘솔루션저널’을 만들어 전세계 PCA 엔지니어들이 인텔과 동시에 완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혁신적인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기술을 이용할 고객인 시스템업체들과의 협력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

 뒤이어 만난 ‘칩세트 검증팀’의 리처드 말리노스키 디렉터는 “반도체업체의 경쟁력은 수율을 높이고 오류를 줄이는 데 있다”면서 “양산에 앞서 웨이퍼 단위에서 실리콘 전단계·후단계 등으로 나눠 수백여가지의 검증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인텔이 4분기에 전략적으로 내놓을 하이퍼스레딩 기술이 적용된 ‘펜티엄4’도 이미 2년 전부터 검증작업을 진행해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같은 인텔 기술진들의 꼼꼼함은 샌타클래라 본사에 있는 ‘D2팹’과 ‘인텔박물관’에서도 잘 나타났다. 89년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D2팹’은 플래시메모리, 로직 제품 등을 가공하는 200㎜ 웨이퍼 전용 공장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최근 페이즈2 라인을 통해 0.13미크론까지 미세화한 최신 제품들을 만들고 있었다. 연구라인의 공정을 양산라인에 그대로 적용하는 ‘원본복제(copy exactly)’ 기술의 대가 인텔 엔지니어들은 RD1 300㎜ 연구 팹(FAB)에서 개발한 65㎚ 공정기술을 D1C와 D1D 양산 팹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무어의 법칙’을 바탕으로 나노급 미세회로공정을 개발하고 ‘확장형 PC 전략’을 선두에서 실행에 옮기고 있는 인텔 엔지니어들은 꺼지지 않는 인텔 신화의 주역들이었다.

<샌타클래라·폴섬(미국)=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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