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전자금융거래법(안) 공청회에서는 한결같이 법안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제는 전자금융이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잡은데다 소비자보호나 건전한 시장발전을 위해 제도적 준거가 시급하다는 인식에서다. 한마디로 법제화의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뜻. 전자지불대행 업계 대표로 참석한 티지코프 정정태 사장은 “전문업체들이 법적 지위를 보장받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기본 골격은 마련됐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풀어야 할 숙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다종다양한 전자금융 사업자의 요건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 이동통신사업자들의 공격적인 시장진입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 등 당장 드러난 쟁점도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정부도 현재로선 “제정 과정에서 법안의 유연성을 최대한 살린다”는 입장일 뿐 향후 어떤 식으로 사업자들의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율할지 방법론은 없는 실정. 내년 7월로 예정된 시행시기까지 첨예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
◇개요=법안은 크게 세가지 분야로 나눠진다.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와 안전성 및 이용자보호,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검사·감독 체계다. 이 가운데 전자금융거래의 법률관계는 전자거래기본법 등 기존 관련 법체계와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사고발생시 책임관계를 규정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용자 보호 측면에서는 각종 거래기록을 사업자는 5년간 의무적으로 보존토록 한 조항이 눈길을 끈다.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전자금융사업자 요건. 법안은 금융기관에 한해 사실상 제한없는 서비스를 허용한 반면 이통사나 전문업체들은 ‘전자금융업자’와 ‘보조업자’로 구분<표참조>, 자산건전성 및 사업요건을 엄밀하게 감독하도록 했다.
◇쟁점=아직은 법안이 ‘밑그림’ 수준이어서 예상과 달리 이날 공청회는 첨예한 논란 없이 비교적 조용한 가운데 진행됐다. 다만 전자금융사업자 요건·등록기준 등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대립되는 시각이 드러났다. 토론자로 참석한 국민은행 최범수 부행장은 “이번 법안으로 통신사업자들의 금융사업 진출을 오히려 양성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금융기관들이 각종 규제에 시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우려를 감출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업체나 통신사업자들 이번 법안을 반기면서도 반대로 규제의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인 것이다. 전자화폐의 환금성·익명성 등도 도마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 공청회에서는 한도를 설정해 일정 수준 이하는 개인간 자금이체 등에 익명성을 부여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됐다. 사업자의 건전성 감독 문제도 쟁점사안으로 등장했다. 고려대 이충렬 교수는 “건전성 감독은 선진국들도 채택하고 있는 정책이며, 업계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에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자금융사업자에게 5년간 거래기록 보존을 의무화한 조항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김근배 몬덱스코리아 사장은 “수백, 수천원 단위의 거래를 모두 보존토록 하는 것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면서 “사업자별로 차별적인 기준을 두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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