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관리=생존` 세계적 추세 ■
흔히 결코 변하지 않는 진리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고들 한다. 자연환경이나 생명체, 조직, 나아가 사회 전반에 이르기까지 진보든 퇴화든 진화를 거듭한다. 모든 유기체가 진화하는 것처럼 생명력을 가진 기업도 끊임없이 부침의 과정을 겪게 마련이다.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거대한 공룡은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공룡은 어느덧 변화를 거부하거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존재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최근 정보기술(IT)의 급진전으로 세계화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경영환경의 변화는 이전보다 더욱 극심하고 주기도 빨라졌다. 언제 어느곳에서 새로운 변수가 등장해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도, 운 좋게 대박을 맞을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변화의 연속에 기업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적응하고 능동적으로 수용할 때 비로소 기회가 되는 법.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거나 안이하게 넋을 놓고 있다가는 어느틈엔가 쇠락의 길로 접어드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시대의 변화에 적극 대처하려는 기업들에게 ‘변화관리’의 중요성이 절실한 이유다.
어제의 거대기업이 오늘에는 형체조차 보이지 않는 소규모 기업으로 전락하거나 아예 사라져 없어져 버리는 일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IT산업으로 국내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오늘의 삼성그룹이 어제는 섬유기업체였다. LG그룹 또한 화학기업으로 출발해 국내 대표적인 전자업체로 성장했다.
가전과 조명기업이었던 미국의 GE는 잭 웰치라는 걸출한 CEO의 부단한 노력으로 방송네트워크와 의료기, 그리고 금융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잭 웰치는 오랜 재임기간 동안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함으로써 GE를 오늘날 세계 최우수기업으로 우뚝 세워놓았다.
영상기기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는 소니도 변화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 발전한 대표적인 사례다.
디지털혁명기를 맞아 세계 각국의 기업들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시대 흐름에 맞게 변신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변화관리는 요즘 같은 세상, 특히 미래에는 기업들이 꼭 붙들어야 할 최고의 경영전략으로 대두할 전망이다. 주변환경이 정신없이 변하더라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적응해 살아남겠다는 생존철학이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만도`의 성공사례 ■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선 만도(대표 오상수 http://www.mando.com). IMF 구제금융 당시 집안이었던 옛 한라그룹 계열사들의 엄청난 지급보증을 떠안았을 때만 해도, 불과 3년만에 적자를 털어버리고 매출 1조원대의 대기업으로 성장하리라는 예측은 쉽지 않았다.
외형뿐 아니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물론, GM·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빅3 모두에게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우리나라 유일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의 만도를 있게 한 핵심 원동력은 전사적 차원에서의 확고한 정보화 추진의지. 그리고 굴지의 대기업들도 모범사례로 따라 배울 정보화의 성공비결은 바로 묵묵히 실천해 온 ‘변화관리’ 전략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만도는 남들이 호황에 들떠 있을 지난 95년부터 디지털경영체계 구축에 착수했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필수과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7년간 단계적으로 정보화 사업을 확대해 온 만도는 마침내 지난해말 대내외에 디지털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그러나 다른 기업들의 찬사에도 불구하고 만도는 이때부터가 시작이라고 했다. 정보화 노력의 소중한 성과를 차곡차곡 거둘 때가 왔다는 뜻이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만도의 디지털경영을 가능케 하는 요인, 즉 임직원들의 변화관리다. 만도는 이미 지난 95년부터 각종 정보화 시스템 도입과정에서 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마인드 제고를 위한 변화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일종의 단계별 실천계획인 셈이다. 우선 변화 수용도 지표를 8단계로 세분화해 구성원들의 변화 정도를 평가하고, 적극 동참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했다. 이런 일련의 활동 덕분에 새로운 시스템이 구축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변화와 직원들의 저항을 최소화하게 된 것이다.
만도는 프로젝트별 변화관리 추진 조직을 구성함으로써 계획을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 전략 및 계획 실행을 주관하는 ‘변화길잡이 프로젝트팀(PJT)’과 ‘변화지도자’ ‘변화선도자’ ‘변화관리자’ 등이 그 주인공들. 이들을 통해 만도는 사내 구성원들의 변화 적응 정도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설문조사·그룹미팅·인터뷰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청취했다.
나름의 노하우로 터득한 변화관리 방법론은 크게 네가지. 우선 차별적 전달이다. 어떤 변화요인이라도 직급마다 수용도가 다르기 때문에 대상자별로 메시지와 매체를 차별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두번째는 반복적 전달이다. 지속적인 사내교육과 사보, 변화관리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대청마루’ 사내신문 등을 총동원해 반복학습을 시키는 것이다.
일방주입식 관리체계를 탈피하려 했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는 비결이다. 마지막으로 ‘SMCRE기법’으로 불리는 종합관리 방법론을 들 수 있다. 소스(S)·메시지(M)·채널(C)·수용자(R)·영향(E) 등 변화의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이다.
이런 전략적 접근을 통해 만도는 다채로운 사내 프로그램을 전개해왔다. 사내신문에서 정보화 캠페인, 표어·포스터 제작, 교육 및 세미나, 심지어 마우스패드·스티커 등에 이르기까지 생활속의 변화관리를 실천해 나갔다. 개별 기업이 정보화의 성공을 위해 자체 캐릭터까지 고안해 홍보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만도는 정보화 도우미라는 의미의 ‘인포미’ 캐릭터를 선정, 스티커와 마우스패드, 차량용 방향제 등을 제작해 배포했다. 가히 전방위적인 노력인 셈이다.
만도는 심혈을 기울였던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젝트가 지난해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 협력업체에게도 ERP의 활용을 독려하고 있다. 수준높은 정보화 환경도 나 하나만 잘해서는 결실을 맺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협력사 최고경영자들을 초빙, 전산·정보화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인터넷 활용을 전면 확산시키기 위해 사내 개인이나 팀 단위의 홈페이지 구축도 장려하고 있다. “변화는 목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여정(Change is a Journey Not a Destination!)이다” 만도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윤상화 전무의 확신이다.
만도는 올해부터 변화관리 전략과 실천계획을 재수립해 오는 2006년까지 5개년 과제로 새롭게 진행하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기고:경영관리는 이렇게-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부사장(사진) ■
변화할 것인가, 그렇다면 다 바꿔라-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사무소 이병남 부사장
변화와 혁신에 대해 고민해 보지 않은 경영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변화라는 화두는 이미 오래전부터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 학습조직과 팀제, 6시그마 등 수많은 혁신과제의 이름으로 등장해왔다. 실제로 상당수 기업들이 외부 조언과 벤치마킹을 통해 변화와 혁신이라는 작업을 다수 수행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자체 조사에 따르면 혁신을 시도했던 과반수 이상의 기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이제 또다시 강조하는 새로운 혁신조차도 예전처럼 신선하게 들리지 않는다. 특히 e비즈니스의 열풍이 한풀 꺾인 지금에 와서는 과감한 변화의 시도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변화의 필요성부터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상은 크고 작은 변화의 양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며, 동시대를 영위하는 기업도 결국 변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시장구도를 전면 개편할 수 있는 혁명적 변화든, 단순히 기업역량 개선을 위한 변화이건 기업생존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수명주기를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30년까지 보지만, 이는 산술적인 계산일 뿐 언제든 망하거나 갑작스레 흥하는 사례를 다수 발견할 수 있다. 기업의 부침이라는 치열한 생존게임의 한가운데 바로 변화라는 화두가 있는 것이다.
변화의 과정에 대한 면밀한 분석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꼭 거쳐야 할 과제다. 자기 회사에 대한 변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경쟁사, 시장 전반의 변화과정과 성공요소를 치밀하게 해석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외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변화의 과정에 뚜렷이 구분되는 단계가 있다. 조직이 정체된 침체기, 변화의 시도를 결심하는 준비기, 변화를 이행하는 실행기, 변화가 기존 조직원칙과 충돌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실행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결정기, 그리고 변화의 효과를 누리게 되는 결실기가 그것이다. 변화의 과정을 단계적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저마다 관리의 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변화 과정의 관리는 지속되는 경영관리에 비해 몇배의 노력을 요한다. 전사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경우, 부문간·직급간 수용도가 확연히 다를 뿐더러 변화의 과제별로도 제각각이다. 더 큰 문제는 변화를 지시한 최고경영자 자신에게 있는 경우도 있다. 변화가 진행되면서는 경영진의 초기 관심과 의지가 일의 우선순위에서 점차 밀려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특히 심각한 것은 변화를 추진하는 전담팀이 미처 결실을 맺기 전에 해체되는 사례다. 이는 설사 일부 변화가 성공했다 해도, 조직의 강력한 회귀본성을 고려할 때 결국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는 위협요인이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는 변화의 결실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변화의 경험을 새로운 변화로 시도하고 성공시킬 수 있는 자신감과 역량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변화는 결실기 이후가 더 중요하며 한번의 성공에 안주해서는 또 다른 침체기로 빠져들 수 있다.
해외 기업들의 변화관리 성공사례는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고부가가치 분야로 사업 전환을 추구했던 GE나, 사업집행력 강화를 목표로 했던 제록스·도요타, 핵심사업에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노키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저마다 목적과 추진방식은 달랐지만 이들 선진기업의 공통점은 최고경영진의 확고한 의지와 지속적인 투자였다는 것이다. 투자가 비단 물적자원에만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변화를 계획하고 지원하고 실행하는 변화추진팀에 대한 인적투자가 더욱 중요하다. 또 변화관리에 성공한 기업들은 전면적인 조직변화가 수반됐다. 임원진 교체에서 의사결정구조 개편, 성과관리체계 도입에 이르기까지 조직관리의 전변이 이뤄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기업이 생존, 진화하기 위해 겪을 수밖에 없는 변화를 어떻게 성공시켜야 하나. 답은 결국 기본과 원칙을 강조하는 교과서로 돌아간다. 첫째가 최고경영진의 리더십이요, 둘째가 변화 실행을 위한 전폭적 지원, 마지막이 변화의 필요성을 전사적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세가지가 선진기업들의 사례에서 도출된 성공요인들이다.
지금 절실하지 않다고 해서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확실한 성공을 위해서는 진정 변해야 하고, 변화의 대상은 모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너무 거절했나”... 알박기 실패한 中 할아버지의 후회
-
2
엎친데 덮친 디플정…특별법·민간위 난항
-
3
바이코노미, XRPL 지원 발표…리플 생태계 전격 진출
-
4
[이슈플러스]국가망보안체계 시대 개막…공공엔 과제·산업계엔 지원 중책
-
5
올가을 출시 아이폰17… '루머의 루머의 루머'
-
6
갤S25 사전판매 첫날 인기모델은 울트라…전체 60~70% 차지
-
7
美, 中 딥시크 'AI 개발에 수출 금지 반도체 활용' 확인한다
-
8
삼성전자, 5세대 D램(D1b) 설계 변경 추진
-
9
단독10년 만에 재선정 'TIPS(팁스)' 주관기관 '3파전'
-
10
AMD, 2028년 첨단 반도체에 유리기판 적용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