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으로 재편되면서 각국의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각국은 21세기의 국가 경쟁력이 과학기술의 미래에 달려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보다 많은 예산을 편성하여 연구와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과학기술 전문인력이 미래의 미국을 책임진다고 보고 있고 일본은 오는 2005년까지 24조엔을 BT·IT·NT·ET에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도 선진국들을 따라잡기 위한 ‘첨단산업 5개년 개발전략’을 세워 추진중이다.
◇미국=미국 정부는 20세기에 이어 21세기에도 세계 최강의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개발(R&D) 예산 증액, 우수인력 유치, 수학·과학교육 강화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93년 클린턴 대통령은 집권과 함께 과학기술정책 목표를 제시한 데 이어 97년 재선 취임연설에서는 “과학기술 분야 주도권을 잡아야 21세기 변화의 시대를 지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수학·공학 분야에서 미국의 세계 최고경쟁력 유지 △고임금 직업창출을 위한 장기 경제성장 촉진 △정보기술(IT)의 획기적인 강화 등을 역설했다. 이어 부시 행정부도 IT산업 육성을 정책 최우선과제로 선정한 데 이어 생명공학(BT)산업 우위 확보를 위해 연구주도 기관인 국립보건원의 2002 회계연도 예산을 전년대비 14% 증액했다.
이처럼 대통령들뿐만 아니라 연방정부가 앞장서서 과학기술 예산을 증액하고 있다. 93년 이래 미국의 과학기술 예산은 매년 증액돼 왔는데 특히 투자위험이 커서 기업 등 민간부문이 수행하기 어려운 기초연구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첨단분야의 R&D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21세기의 연금술’이라 불리는 등 신산업혁명을 촉발하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나노기술을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2001년에는 ‘나노기술 구상(NII)’을 발표했다. IT와 BT 등 21세계 유망산업도 집중 육성분야로 선정, BT분야를 주도하고 있는 국립보건원의 예산을 2001년 190억달러에서 오는 2004년에는 340억달러로 확대하는 등 인력과 자금지원을 늘려나가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과학기술 전문인력이 미래 국가경쟁력의 기반이 된다고 판단, 이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우수대학생이 수학·과학·공학 분야를 전공하도록 관련분야에 장학금 지급을 대폭 확대하고 있으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수학·과학 교육과정을 대폭 확충, 학생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밖에 지난 9·11테러로 주춤하기는 했지만 기업 및 연구기관의 첨단산업분야 인력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기술인력 취업비자(H-1B) 쿼터를 대폭 확대한 데 이어 앞으로도 이를 늘려 나갈 방침이다.
◇일본=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오는 2005년까지 이른바 ‘제2차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구상하고 과학기술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내각에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는 ‘종합과학기술회의’를 신설한 데 이어 국책연구소 개편을 추진하는 등 과학기술 진흥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의 과학기술 정책은 총리자문기관인 ‘과학기술회의’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회의는 기초과학분야 발전, 산·학·관 협력 촉진, 과기정보 유통체제 구축 등을 골자로 한 ‘과학기술기본법’ 제정을 주도했다. ‘기본법’은 일본의 과기정책 기본 틀을 정한 법률로 일본 정부는 이에 기초해 연구개발 추진에 관한 종합 방침 및 연구개발 환경정비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또 이 법에 의거해 장기 과학기술 진흥예산 확충, 대학 및 국책연구소에 경쟁원리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구체화했다.
제1차 기본계획(1996∼2000년)은 ‘과학기술 창조입국’을 목표로 사회·경제적 요구에 부응하는 R&D를 추진하고 기초연구의 적극적 진흥을 기본방향으로 설정했다. 또 17조엔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R&D 환경정비, 시설·연구인력에 대한 지원확대 등을 도모함으로써 산업계·학계의 과학기술 연구를 활성화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국가가 중점적으로 대처해야 할 과학기술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시설·연구인력에 대한 지원에서도 충분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중앙의 성과 청의 개편을 계기로 부처를 초월한 과학기술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학기술회의를 폐지하고 내각에 종합과학기술회의로 확대 개편했다. 또 기본정책으로 국한됐던 기존 회의와 달리 예산·인재 등 자원배분과 함께 연구개발에 대한 평가권한까지 부여하는 등 강력한 추진체제를 구축했다.
일본 정부는 과학기술 혁신과 산업발전의 청사진 역할을 수행해온 제1차 계획이 종료됨에 따라 2차 과학기술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제2차 계획에서는 향후 5년간 24조엔 규모의 R&D예산을 투입, BT·IT·환경기술(ET)·나노기술(NT) 등 4개 분야에 집중 투자키로 하는 기본 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향후 50년간 노벨상 수상자 50명 배출을 목표로 연구환경을 정비하고 공적 연구기관을 통한 벤처기업 창업을 지원하는 한편 경쟁적 연구환경 조성을 위한 자금증액, 공모형 연구원 채용, 연구기관 개혁 등을 통해 의욕을 가진 연구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관민 협력체제 정비에 전력키로 했다.
◇ 중국=중국은 ‘과학기술 대국 건설’을 목표로 기초·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활동을 강화하고 산·학·연 협동을 통한 벤처기업 설립을 장려하며 연구성과의 상품화를 적극 추진해 나가고 있다. 지난 78년 개혁·개방 이후 4개 부문(농업·공업·과학기술·국방)의 현대화사업 일환으로 과학기술 진흥정책을 추진하던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과학과 교육을 통한 국가부흥’이라는 이른바 ‘과교흥국’을 국시로 삼아 과학기술 육성에 주력해왔다.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주요 과학기술 개발계획으로는 첨단기술 및 이의 사업화를 위한 ‘836계획’과 첨단기술 상용화 계획인 ‘횃불계획’을 들 수 있고 연구성과 상품화 계획으로는 ‘불꽃계획(과학기술 농촌 보급계획)’ 등이 있다.
정부의 지원활동은 이러한 계획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무원은 ‘기술혁신 강화와 첨단기술 발전을 통한 산업화 실현에 관한 결정’을 통해 지식혁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국영기업들의 기술개발센터 설립을 지원하고 여러 형태의 과기형 기업(벤처기업) 창설을 장려하고 있으며 이밖에 디지털TV, ISDN, 공장자동화, 상업용 위성 개발 등 프로젝트에 투자를 집중해 신흥산업을 발전시키는 한편 국민 경제의 정보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5개년 개발전략’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엔진으로 IT를 활용할 방침”이라고 명확히 밝혀 주목을 받고 있다. 2001년 현재 중국의 IT산업은 전체 공업생산의 9%, 공산품 수출총액의 15%를 차지하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기술혁신 능력·설비 및 정부의 개발지원 부족 등으로 IT산업 규모가 GDP의 4%에 불과한 실정이며 불완전한 지적재산권 보호, 낮은 부가가치율, 금융지원 미흡 등 또 다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소프트웨어산업, 통신설비, 디지털 전자, BT 등의 분야에서 국제 수준에 이르기 위한 독자적인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산업군을 육성한다는 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다.
‘전략’은 오는 2005년까지 GDP의 6%, 공업생산액의 16%, 공산품 수출액의 25%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구체적으로는 12대 첨단산업 기술프로젝트 및 20개 중점 항목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관련 법령 정비 등을 통해 지적재산권 보호 시스템을 확립, 기업들의 기술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수출입 융자시스템을 개선하고 세금감면 등 관련 기업에 대한 우대정책을 적극 실시하며 국내외 과학기술자 초빙을 통한 인재육성 등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 유럽연합=유럽연합(EU) 각국은 IT산업 육성을 위해 인터넷 보급 확대, 전자상거래 활성화, 정보통신 전문인력 양성 및 해외인력 유치 등의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00년 3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특별정상회의에서 EU 정상들은 전세계 디지털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IT산업 경쟁력 격차 해소가 절실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21세기 정보화 촉진전략’인 ‘e유럽’을 구체화하기로 합의했다. 또 2001년까지 역내 학교의 인터넷 연결, 2003년까지 역내 시민들의 자유로운 인터넷 접속환경 구축, 2010년까지 정보화 관련 인력양성 및 인프라 구축 등을 담은 세부 실천계획을 만들었다. 이어 6월 포르투갈의 페이라에서 개최된 EU정상회의에서도 값싸고 빠르며 안전한 인터넷 구축, 인간과 기술에 대한 투자, 인터넷 이용 촉진이라는 3대 목표를 채택하고 정보화 사회에 대응하는 제도정비, 교육내실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시책을 마련키로 했다.
영국의 블레어 정부는 예산편성에 있어 기업이 인터넷을 통해 세금을 납부할 경우 100파운드의 세금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중소기업이 컴퓨터를 구매하거나 전자상거래 등 정보통신 분야에 투자할 경우 3년간 100%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IT산업 우대정책을 펴기로 했다. 또 정부조달의 90% 이상을 전자화하고 IT학습센터 1000개대소를 설치하며 연내 전체 도서관 및 학교의 인터넷화 등 IT기반을 정비한다는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프랑스 정부는 IT기업 설립 활성화를 위해 벤처캐피털에 대한 재정지원 강화 및 기업설립 수속간소화 등을 앞으로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또 국립정보처리·자동화 연구소, 국립과학연구소내 정보신기술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인터넷 기술자 양성학교 등을 설립하는 등 IT향상에 주력할 계획이다.
독일 슈뢰더 정부는 IT교육 강화를 위한 행동계획을 수립해 오는 2006년까지 820억마르크를 투입, 1000만명에 달하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노트북PC를 공급, 현재 60%대인 14∼19세의 인터넷 활용률을 100%로 올리는 한편 대학도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연구논문·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전자도서관을 정비할 방침이다.
이밖에 오스트리아는 IT인력 부족 해소를 위해 2003년까지 전학교에 인터넷을 도입하고 IT지식을 갖춘 고등학교 졸업생 수를 1만명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e오스트리아’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며 핀란드는 IT전략 품목을 선정, 7억5000만마르크를 투자할 계획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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