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산업자원부 생활산업국장 ksy01@mocie.go.kr
반도체산업은 이제 우리 경제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20년 전 ‘반도체공업육성계획’에서 최근 확정한 ‘반도체산업 비전과 발전 전략’에 이르기까지 산·학·연이 혼연일체로 피땀 흘린 결과다. 불모지에서 십수년 만에 반도체산업이 오늘날 세계 최고, 세계 일류로 성장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앞으로도 제2 중흥기를 창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스며든다.
82년에 수립한 ‘반도체공업육성계획’을 계기로 우리 반도체산업은 단순조립에서 벗어나 일관공정의 대량생산 체제와 자립연구개발 체제를 갖추게 됐다. 83년 미국·일본 다음으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하면서 선진국 추격에 나서기 시작했고 6년 이상 벌어진 격차는 불과 10년 만에 대등해졌다. 92년 개발된 64M D램부터는 독자적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초 개발이라는 쾌거를 올리면서 이후 세계 시장을 계속 선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D램의 고집적화뿐만 아니라 DDR 등 고속동작 메모리, 모바일을 비롯한 통신기기용 메모리 등으로 세계 일류 경쟁력이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의 근간기술이 우리 민족의 근면성과 뛰어난 손재주에 유리한 초정밀 미세공정기술이어서 우리 반도체산업의 발전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나노 수준에 도달한 반도체 공정기술은 초정밀기계·PCB 등에 필요한 기술의 원동력일 뿐만 아니라 IT·NT·BT 같은 신산업 발전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는 지식정보사회의 줄기로서 더욱 각광받을 것이며 최고 수준의 산업 기반을 구축해 반도체를 21세기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 반도체산업은 수출 비중 15%, GDP 비중 5%, 업체 수 300개, 고용인력 9만명, 생산액 168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 기업의 과감한 도전정신과 부단한 노력, 그리고 학교·연구기관의 헌신적인 협력이 혁혁한 성과를 이룩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D램을 비롯한 메모리에서 세계 일등 국가지만 이제는 메모리시장의 3배 규모인 비메모리시장에 도전해야 할 때다. 디지털 컨버전스 추세에 따라 메모리 위주로 반도체칩 통합이 가속화되고 기업의 사업구조조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비메모리부문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2010년에 반도체 수출 450억달러, 메모리 세계 1위, 세계 반도체시장 15% 점유를 달성할 수 있는 성장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민관이 합심해 노력한다면 반도체산업의 제2 중흥기 창출이 가능할 것이다.
이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혁신을 창출할 인력양성이 이뤄져야 한다. 이공계 공동화를 예방하고 우수한 인적자원을 배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전력투구해야 한다. 낙후된 대학 연구기반을 쇄신해 산업현장과의 괴리를 없애고 기술인력의 질적 향상도 병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선진국 따라잡기’에서 탈피해 신시장을 창출하고 선점할 수 있는 ‘돌파형(breakthrough)’ 기술개발로 R&D사업의 전략성을 배가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나노공정기술과 한국형 IC, 그리고 포스트D램 개발 등에 집중투자하기로 했다.
셋째, 발전 초기단계의 장비·재료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국내 투자 수요 축소, 해외 진출 능력 미흡 등 이중고에 직면한 업계가 300㎜ 웨이퍼와 나노공정 등에 대응하고 수요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산업 전체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넷째, 고품질·고부가가치와 같은 고급 수출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9년 연속 단일품목으로 수출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고기능·고생산성·고품질·고급브랜드 같은 질적 경쟁력을 강화해야만 글로벌시장에서 계속 1위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끝으로 우리 수출의 중심축이던 반도체가 작년의 부진을 떨치고 올해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증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IT 경기회복 지연, 경쟁국의 견제, 통상마찰 예방 등에 대한 주도면밀한 대응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를 반도체산업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민관의 혁신역량을 재결집하면 반도체 강국을 기필코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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