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럴드 피시먼 아날로그디바이스 CEO (jerald.fishman@analog.com)
실시간 신호처리기술은 향후 반도체산업에서 가장 큰 성장 기회를 제공할 기술 중 하나다.
지난 20년간 데이터처리장비가 모든 반도체 수익의 50% 가량을 차지해왔고 고속 퍼스널 컴퓨터가 저가로 널리 보급됨에 따라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메모리가 반도체 시장의 주요 제품군으로 자리잡게 됐다. 그러나 90년대 말 본격적인 신호처리시대를 맞이하면서 신호처리 반도체 시장은 향후 5년 내 평균 25∼29%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100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고성능 아날로그와 디지털 신호처리 기술이 단지 하이엔드 틈새시장을 겨냥한 고급 디지털 제품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기술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저가의 실시간 신호처리 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들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시장들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제 신호처리 기술은 더 이상 기존 디지털 제품의 추가기능이 아니라 초고속 커뮤니케이션,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컴퓨터, 산업 및 의료장비에 있어 필수적인 기능의 위치로 올라서게 된 것이다.
고성능 아날로그 시장은 새로운 신호처리 시대를 맞이하면서 진정한 의미의 기술과 판매망을 갖춘 몇 안 되는 시장 중 하나로 등장했다. 보기 드문 수익창출의 기회를 제공해 온 이 시장은 커뮤니케이션, 컴퓨터, 가전 및 산업계가 고성능 아날로그 제품을 적용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요구함에 따라 어느 시장보다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고성능 아날로그 기술은 네트워킹 장비, 광대역 접속, 무선 기지국, 단말기, PDA, 광전송 장비와 같은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능을 선보인다.
기업들은 적은 비용으로 더욱 빠르고 정확하며 다양한 기능을 제공 받기 위해 통신, 컴퓨터, 일반 소비자들을 겨냥해 개발된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아날로그디바이스(ADI)는 신호처리 기술 혁명이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메모리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같은 여타 반도체 분야는 수익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PC시장 역시 성장 정체와 가격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하지만 고성능 아날로그 및 디지털 신호처리와 같은 제품군은 꾸준히 시장 평균 성장률을 상회하는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신호처리 기술이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지금 아날로그디바이스는 시장 성장률을 뛰어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날로그디바이스가 신호처리 시장의 대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성공요인을 보면 첫째, 다양한 아날로그 기능과 혼합신호 기능을 하나의 칩에 담는 ‘통합’ 기술을 적용했다. 통합 기술을 통해 시장에서 요구하는 보다 향상된 기능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었다. 둘째, 탁월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데이터 변환기’ 및 ‘고성능 증폭기’를 집중 개발했다. 두 제품 모두 고성능 아날로그 시장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실세계의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처리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셋째, 제품 수명이 매우 길다. 현재 전체 영업매출의 40%가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제품으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동시에 보다 최근에 출시된 제품의 수익률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제품별 개발비용이 적고 제품수명이 길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투자수익률이 높은 사업이다.
고성능 아날로그 IC 사업은 극소수의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설계한 독자적인 제품들이 제품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분야다. 더욱이 이 분야에서는 브랜드 가치와 브랜드 인지도가 매우 중요하며 디지털 제품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제조과정에 필요한 자본 집중도가 낮다. 시장 주기의 영향을 덜 받으며 후발 주자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지난 3년간 세계 반도체 산업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벗어나면서 현재 신호처리 시장을 중심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시장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끊임없는 기술 및 제품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라는 것이다. 적절한 시장에 가장 적합한 제품을 제공하고, 차별화된 조직을 갖추는 것, 그리고 전사적차원의 인프라 비용 절감이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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