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업계에 중국 경계령이 내려졌다.
중국정부와 해외자본이 결합해 설립한 중국 최초의 파운드리 전문업체 SMIC가 본격적인 상업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최근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삼성전자 등 대형 종합반도체회사(IDM)들이 중국시장을 겨냥해 SMIC와 제휴를 모색하고 나서 파란이 예상된다. 또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가 지난 29일 상하이 시정부와 협력해 인근에 반도체 일관생산라인(FAB) 공장용 부지 계약을 체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파운드리사업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동부전자와 아남반도체,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업체들이 이들을 극복할 전략을 서둘러 내놓지 못할 경우 국내업체들의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갈수록 떨어지는 등 중국업체들에 고사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도 비메모리반도체 생산량의 20%를 외부 파운드리업체로부터 아웃소싱한다는 방침아래 중국 SMIC, 대만 TSMC·UMC 등과 물밑접촉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공급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비메모리 라인의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당초 중단했던 온양공장 설립을 재추진하려 했으나 이를 보류하고 MCU 등 0.35∼0.5미크론(㎛)급 등 노후공정의 제품군을 외부에서 조달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현재 삼성은 0.09∼0.18㎛의 하이엔드 공정과 시스템온칩(SoC) 등에 집중하면서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업체들보다는 중국시장 공략에도 유리한 SMIC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TI는 최근 동부전자와의 협상 결렬 이후 SMIC와 0.13㎛ 공정 이전 및 수탁생산 공급을 위한 협상을 추진중이다.
TI는 전체 생산량의 50%를 아웃소싱하겠다는 계획으로 최근 대만 TSMC 및 UMC와 계약을 체결한 바 있으며 아남반도체와는 기존의 0.18∼0.25㎛ 공정에 주력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IDM들의 중국행이 이어지자 대만업체들의 대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TSMC는 상하이 쑹장산업파크와 협력해 인근 샤오쿤산의 농경지 809만3720㎡(2000에이커)를 공장부지로 전환하고 2004년부터 200㎜ 웨이퍼 월 4만장 생산을 목표로 공장 설립을 시작했다. 또 UMC도 현지공장 이전계획을 확정하고 부지 선정작업을 진행중이다.
지난해 약 130억달러의 규모를 이뤘던 중국 반도체시장은 2005년 24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현지 파운드리 전문업체 SMIC·GSMC와 대만업체들의 진출로 2004년이면 200㎜ 웨이퍼 기준으로 월 20만장에 육박하는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IDM들이 중국 현지 생산량을 크게 늘리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파운드리업체들의 생산능력 제고와 기술력 확보, 해외 제휴선 강화를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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