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를 신용카드처럼 쓸 수 있는 모바일결제(내장형 칩카드 방식) 서비스가 그 윤곽이 잡히기도 전에 극심한 산고를 겪고 있다. 분야별 사업자들의 주도권 쟁탈전이 본격화되면서 이동통신 3사·솔루션업계, 신용카드업계 등이 이해관계에 따라 분주하게 이합집산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서비스호환 문제와 정보통신부의 기술표준화 방침 등 난제가 겹치면서 모바일결제 시장은 개화도 하기 전에 혼전을 피하기 힘든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SK텔레콤의 선제공격=SK텔레콤은 지불결제용 칩카드 사업자 및 발급기관인 신용카드 협력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해당업계에 발송하면서 가장 먼저 제휴사 확보에 나섰다. SK텔레콤의 구상은 내장형 칩카드 초도 발급물량을 10만장으로 정하고 내년까지 최소 200만장 규모의 카드를 발급한다는 것.
이에 앞서 KTF는 지난달부터 초기 20만대 규모의 내장형 칩카드 휴대폰을 출시하고 ‘K머스’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아직 사업착수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KTF가 적외선통신(IrFM) 및 고주파(RF) 방식의 내장형 칩카드 솔루션은 이미 개발했지만 사업화 속도는 SK텔레콤에 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상반기 KTF와 LG텔레콤이 하렉스인포텍·국민카드 등과 과도적인 형태로 출시한 ‘줍’ 방식의 IR 결제기술은 현재 세계 표준으로 제시된 IrFM과는 다른 국내용에 그쳐, SK텔레콤의 움직임이 위협적이다.
◇시장논리에 밀리는 표준화 명분=최근 정통부가 다시 기술표준화 방침을 밝히고 나섰지만 사업자간 서비스 호환문제가 당장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동통신 3사는 궁극적으로는 세계표준을 따르겠지만 아직은 각각의 기술을 고수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서로 불신의 골이 깊은 데다, 앞으로 있게 될 표준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상용화가 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 SK텔레콤과 KTF는 신용카드 단말기 공동투자 및 서비스 호환 방안을 구두 합의했으나 KTF가 섣불리 ‘K머스’ TV 광고를 내보내면서 SK텔레콤을 자극,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정통부측은 “근소한 기술적 차이는 있지만 결국 세계표준을 따르는 추세인 만큼 상용화 이후라도 호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근 갑작스레 표준화 사안이 거론된 데는 대의명분 외에도 사업자간 미묘한 견제심리가 깔려있다는 시각이 많다.
다시금 표준화를 주장함으로써 SK텔레콤에 비해 미흡한 투자규모나 더딘 진행속도를 극복하려는 KTF측의 발목잡기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당한 원칙론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표준화 방침이 KTF에는 이득이, SK텔레콤에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극심한 진통=문제는 외견상 드러난 표준화 논란과 시장진입 쟁탈전만이 아니다. 사업자마다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치면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것이다. SK텔레콤은 내장형 칩카드 발급기관과의 협상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용카드사 인수를 공론화하면서 금융권의 ‘공적’이 돼 버린 SK텔레콤은 카드업 인가에 실패할 경우 모바일결제 서비스를 위한 카드발급조차 어려워지는 것이다. KTF의 경우 SK텔레콤처럼 전폭적인 투자재원이 부족, 서비스 시기가 늦으면 늦을수록 입지가 좁아들 수밖에 없다.
이동통신 3사를 저울질하면서 줍 방식의 IR 결제서비스로 독자적인 지위를 보장받으려 했던 하렉스인포텍도 최근 SK텔레콤과 KTF로부터 사실상 ‘팽’ 당하면서 최악의 경우 특허권 소송도 불사한다는 각오여서 시장은 개화 전부터 특허공방에 휘말릴 공산이 커지고 있다.
발급자인 신용카드업계도 이동통신 3사의 경쟁구도 속에 자연스레 강화된 협상력을 내세워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모바일결제 시장 개막전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에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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