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강제냐, 업계 자발적인 참여냐.’
‘e비즈니스’가 전통산업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를 확산시키기 위한 방법론을 두고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일정 정도의 법적 구속력을 통해 확산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한쪽에선 대기업(리딩업체) 주도로 e비즈니스를 확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논란은 최근 산업별로 e비즈니스를 경쟁력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확산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차원에서 추진중인 각종 e비즈니스 계획과 e비즈니스의 꽃으로 불리는 ‘B2B’ 기반구축사업 등이 시행됨에도 아직 e비즈니스가 산업의 변방을 맴도는 현실을 극복하자는 발상전환의 하나라는 분석이다.
e비즈니스 전문가들은 산업별 리딩기업들이 전자상거래를 모범적으로 시행하면서 각자의 서플라이체인망에 이를 확산시키는 일종의 ‘e비즈니스 규범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정부 역시 산업별 e비즈니스가 확산될 수 있도록 법률·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e비즈니스가 각종 이해관계, 산업별 특성 등에 따라 차별적으로 접근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임을 감안할 때 강제적인 법제화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업계의 규범으로 자리잡는데에도 경우에 따라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고 전략적인 측면까지를 공개해야 하는 위험부담이 리딩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e비즈니스 관련 법제화 현황=정부는 ‘국가를 당사자로 한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을 다년간 보완해 ‘전자입찰’ 및 ‘인터넷 입찰공고의 의무화’ ‘G2B’ 구축 등에 나서고 있다. 현재 기업들이 정부를 상대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자입찰을 반드시 통해야 한다. 이에 따라 수의계약 등에 따른 폐단이 없어지고 투명성이 확보됐다. 관세청은 통관업무의 온라인화를 위해 통관EDI 의무적용을 실시, 현재 국내 전무역업체들이 이를 사용해 통관신고를 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의 경우 지난 91년 12월 ‘무역자동화촉진에 관한 법률(무역자동화법)’을 제정해 무역제반업무의 자동화를 법제화했다. 이에 따라 국내 모든 수출입기업들에 대한 무역(외환·상역)업무의 EDI 활용이 의무화됐다. 무역EDI의 활용은 다른 산업의 EDI적용 확산의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는 금융감독원이 법률적 구속력은 없지만 시중은행들에 기업들의 e비즈니스 활용도를 감안해 줄 것을 권장사항으로 요청한 사례도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e비즈니스를 통한 워크아웃기업의 경영정상화 촉진방안’이란 공문을 보내 워크아웃기업들의 e비즈니스 활용을 유도하고 있다.
◇산업별 규범으로 e비즈니스는 가능할까=산업자원부가 주관하는 B2B시범사업이 시행 3년째로 접어든 가운데 1·2·3차 업종 총 30개가 추진하는 것이 ‘전자문서표준수립’과 ‘부품정보표준화’다. 현재 1차연도 사업자인 자동차 업종의 경우 29개종의 표준전자문서를 개발, 이를 업계에 적용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제각기 다른 표준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하나의 표준문서로 통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중복 협력사들을 보유하고 있는 완성차업계 실정에서 주문·생산일정·출하시기·가격 등을 하나의 표준으로 공개하기는 쉽지않다는 반응이다. 조선·철강 등도 사정은 같다.
수직적 계열화돼 있는 산업이 이 정도이고 보면 영세하면서 계열화가 않된 다른 산업에서 표준화된 e비즈니스 확산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업종별로 애써 만든 표준들이 확산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e비즈니스,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로=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e비즈니스 활용을 법적으로 구속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단지 관세청이나 조달청 같은 강력한 파워를 지닌 집단이 그 하단의 서플라이체인들을 통제할 수 있는 경우에는 예외라고 말한다. 한국무역정보통신의 한학희 e전략팀장은 “현재로서는 리딩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 즉 업계 규범화하는 것이 가장 근접한 방안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기업들이 e비즈니스 선도자로서의 손해를 감수할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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