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형이 게임을 가르쳐줬어요. 역시 수준이 달라요.”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방화동 국제청소년센터에서 열린 ‘가족과 함께 하는 게임캠프’. 대형 강당에 마련된 70여대의 컴퓨터를 이용해 게임도 즐기고 프로게이머들에게 게임도 배우고, 어머니나 아버지와 함께 가족대항전을 벌이기도 한 학생들에게는 마냥 즐겁기만한 시간이었다.
또 방금 만든 아이디로 서툴기만한 솜씨지만 직접 게임을 해본 부모들도 아이들이 왜 게임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게 돼 좋다”며 만족해 했다.
“왜 프로게이머를 하게 됐나요?” “앞으로 비전이 있나요?” “매일 전략 짜느라고 힘들지 않나요?”
프로게이머와 학부모의 대화시간에 참여한 김동수와 베르트랑 선수에게 어머니들의 질문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처음에는 프로게이머가 대체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던 어머니들이 두 선수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섰다. 한 어머니는 “프로게이머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선수들이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고 생각도 깊은 것 같아 호감이 간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학원 진도에 뒤처질 것만 걱정했는데 막상 와보니 좋네요. 아이들이 게임을 제대로 접하고 좋은 습관도 기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게임은 어떻게 즐기느냐에 따라 해가 될 수도 있고 득이 될 수도 있겠어요.”
이번 게임캠프를 바라보는 어머니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그동안에는 ‘게임’이라고 하면 인상부터 찌푸렸는데 이번 캠프에 참여하면서 게임도 우리의 놀이문화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게임캠프를 주관한 한국게임산업개발원측에서도 이같은 학부모들의 반응에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었다. 이번 ‘가족과 함께하는 게임캠프’는 문화관광부와 청소년단체 및 학계와 게임업계 인사들이 건전한 게임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구성한 게임문화진흥협의회가 어린이들에게는 게임을 건전하게 이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들도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
최근 들어 이같은 올바른 게임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의 운동이나 행사가 곳곳에서 마련되고 있다. 정부는 물론이고 게임업체 스스로도 그동안 사회 일각에서 벌어져온 게임의 역기능을 해소하고 게임을 건전한 놀이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발벗고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지난달 17일에는 코엑스 동문 광장에서 ‘올바른 사이버 문화 정립을 위한 거리고시-Lost Continental, Mu’라는 이름으로 게임과 클래식·포스트모던 예술을 결합한 이색적이고 환상적인 카니발이 열려 참가자들은 물론 지나가던 시민들로부터도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게임캠프에 후원금을 쾌척하기도한 온라인게임업체 웹젠이 게임 중독 및 게임아이템에 대한 현금거래와 해킹·사기·사이버 폭력 등 다양한 역기능이 나타나고 있는 온라인게임의 문제를 사회적인 차원에서 올바른 이용 문화를 확산시킴으로써 풀어보자는 의도로 마련한 이 행사에는 현대 설치미술가와 테크노 음악가 마임니스트, 현대무용가, 서커스단은 물론 인기 가수들도 출연해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캠페인을 흥겨운 축제로 이어갔다.
이 회사는 또 게임 아이템 매매가 각종 역기능을 조장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최근 게임아이템 매매행위를 중계해온 인터넷사이트에 대해 법원에 ‘거래중개행위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법적대응에도 나섰다.
이와 관련, 웹젠의 이수영 사장은 “게임제작사로서 게이머들이 게임에 중독되거나 아이템을 사고파는데 현혹되지 않고 건전하게 즐겨주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을 저해하는 모든 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동시에 매년 건전힌 게임문화 정착을 위한 문화행사를 기획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도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하나되기’라는 기치를 내걸고 온라인게임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도모하고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자료확보를 통해 온라인게임 산업발전을 꾀하기 위한 학술·연구 활동은 물론 게임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한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온라인게임문화 바로세우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온라인게임 사이트인 한게임에서도 지난 5월부터 밝고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을 위한 ‘페어플레이 한게임’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게이머들 스스로가 건전한 게임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게임도중에 욕설을 하거나 비신사적인 행위를 하는 이용자를 신고, 강력한 제제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게임전문 채널인 온게임넷에도 프로게이머를 등장시켜 건전한 게임환경을 만들자는 내용의 캠페인이 시리즈로 방영되고 있으며 넷마블 사이트에서도 조만간 기성세대와 인터넷세대인 어린이와의 문화적 갈등에서 비롯된 문제를 풀어주기 위한 ‘학부모 상담실’이 설치되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게임 건전 이용 캠페인’과 학부모 대상의 ‘자녀의 게임세계를 알자’라는 캠페인도 벌어질 예정이다.
이밖에 YMCA의 경우 최근 열린게임문화진흥협의회 준비모임에서 청소년들에게 게임을 건전한 놀이문화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과다 이용을 자제하고 사회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이템 현금 거래나 이로 인한 사기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자는 내용의 가두캠페인도 벌일 수 있음을 시사해 조만간 이같은 건전게임문화 만들기 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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