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연금술사

 모닝365 박지수 사장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저, 최정수 옮김/문학동네

 

 사람들은 종종 몇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일부터 저지르는 돈키호테형 인간과 과도한 생각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 우유부단함을 내보이는 햄릿형 인간도 자주 등장하는 유형 중 하나다. 굳이 한 가지에 속해야 한다면 어디에 속하는 것이 나을까.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던 꿈 많던 청춘을 보내고 만만치 않은 세파에 꿈꾸는 시간마저 마모당한 사람들에게 이 책 ‘연금술사’는 훌륭한 자극제 역할을 한다.

 마르케스와 보르헤스 이후 ‘마술적 리얼리즘’의 전통을 이어가는 작가로 평가받는 파울로 코엘료는 가장 중요하게 지켜야 할 생의 원칙이 무엇인지를 조목조목 짚어 준다. 작가의 경쾌한 문체가 한편의 유려한 이야기로 펼쳐지는 과정을 따라 읽는 즐거움도 적지 않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의 미덕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름다웠던 유년의 기억을 함께 길어 올린다는 점이다.

 비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과 진정한 ‘자아찾기’라는 여정의 접점을 찾아내려는 작가의 의도는 시종 흐트러짐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눈을 감고도 기르고 있는 양들이 좋아하는 풀은 어디에 많이 있는지, 어느 시기에 양을 팔아야 제 값을 받을 수 있는지를 알고 있는 양치기 소년. 그러나 그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허전함이 있다. 우연히 만난 늙은 왕의 충고는 이미 갖고 있는 것에 대한 미련과 아직 가져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 격렬한 다툼을 일으킨다.

 “두려움은 나쁘게 느껴지는 기운이지. 하지만 사실은 바로 그 기운이 자아의 신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네. 자네의 정신과 의지를 단련시켜주지.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으로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힘겹게 왕의 조언을 받아들인 양치기는 양들을 팔아 치우고 미지의 세계로 걸음을 재촉한다. 양을 판 돈을 훔쳐간 도둑, 꿈을 이루고 나면 살아야 할 이유가 없어질까봐 아예 도전을 포기한 크리스탈가게 주인, 사막을 횡단하면서 만나게 된 어둡고 살벌한 사막의 전쟁, 마침내 얻어낸 연금술의 비밀과 운명의 여인 파티마와의 조우.

 길을 떠나지 않았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숱한 사람들과 낯선 상황을 접하면서 우리는 한발씩 앞으로 나가게 된다. 그리고 그 걸음마다에 자신을 찾아 나서는 꿈의 의지들이 또렷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매순간 갈등과 선택을 강요받는 생활을 발견하고 때로는 힘에 부쳐 주저앉기도 하지만 그것은 감당해야 할 실존의 자리다.

 파울로 코엘료의 이야기는 일상의 모습을 깊고 잔잔한 울림으로 만들어내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는 몇 번이고 힘주어 말한다. 연금술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보물을 찾아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좀더 나은 삶을 향한 바람, 그것은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어느 철학자의 말대로 ‘희망’은 가장 ‘인간적인’ 정서이지 않겠는가.

 적시에 늙은 왕과 같은 훌륭한 조언자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다행히 우리 곁에는 여러명의 조언자를 둔 것과 진배없는 좋은 책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부지런히 읽더라도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보석 같은 말들은 기억의 늪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마련이다. 게다가 세월의 더께로 굳어진 아집과 편견은 웬만한 충고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 뚝심을 키워낸다. 그 단단한 자아의 껍데기를 뚫고 나올 수 있는 것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꿈과 도전뿐이다. 더할 수 없이 평범한 처방이지만 그것이 진리임에는 이견이 없다.

 꿈을 꾸지 않았다면, 그리고 꿈을 위해 감행하지 않았다면, 양치기 소년은 사랑의 표지는 물론 인생의 표지마저 잃어버렸을 것이다. 지금 당장 자신의 주위를 둘러보라. 무수한 표지들이 제각각의 빛을 반짝이며 알아봐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늙은 왕’의 말대로 이루고자 하는 강렬한 꿈이 있다면 온 우주가 우리를 위해 움직여 줄 것이다. 그것이 설령 자기 체면이나 마인드 컨트롤을 위한 기초 법칙에 지나지 않더라도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연금술사의 마음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길을 재촉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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