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빌려 쓰는 지혜

 ◆한국오릭스렌텍 이충호 회장 chlee@orixrentec.co.kr

 과거 웨딩 드레스를 맞춰 입던 시대에는 빌려 입는다는 것을 거의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웨딩 드레스 하면 빌려 입는 것이 기본이다. 조금 여유 있는 사람은 자기 취향에 맞게 새로 맞춰 입고 끝나면 돌려준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생각도 달라진다. 물건 구입의 판단 기준은 이제 재력의 유무에서 물건의 효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산업분야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장비에 따라 3∼5년 동안 쓰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한달 또는 석달 쓰면 족한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장비는 오래 쓰는 반면 신제품을 설계하는 개발장비는 짧게 쓰인다.

 이전 같으면 사용기간의 장단에 관계없이 장비는 ‘자기소유’라야 만족했는데 지금은 필요한 장비를 필요한 기간동안 사용할 수만 있으면 된다는 쪽으로 사고가 전환됐다. ‘렌털’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유무선 통신업체에서 사용하는 첨단 계측기는 기술혁신이 가속화됨에 따라 경제적 수명이 더욱 짧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런 장비를 장기 보유하면 감가상각의 부담만 준다. 특히 산업용 계측기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렌털회사를 통해 여러 수요자가 돌려 쓴다면 국가자원의 활용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대형 통신업체는 자사만의 고유제품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사용기간이 짧은 개발장비의 독자적인 수요가 많다. 이럴 때 장비를 사는 것보다 렌털이 합리적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자금사정 완화책으로 렌털을 이용할 수 있다. 계측기는 주문생산품이기 때문에 비교적 고가다. 돈이 있더라도 신규로 구입하려면 3개월이 걸린다. 신용장 개설부터 통관 등 번거로운 사무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렌털은 전화 한 통으로 다음날 물건을 배달해준다.

 기업의 정보화를 지원하는 PC 등 IT관련기기의 렌털분야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PC 100대를 렌털했다면 렌털 물건의 유지·관리·보수 업무는 렌털회사에 맡기면 된다. 사용자는 늘 최상의 상태로 PC를 쓸 수 있다. 고장이 나면 렌털회사에서 고쳐주거나 대체품으로 교환이 가능하다. 또 인원이 늘면 몇 대 더 늘릴 수 있고 반대로 인원이 줄면 그만큼 반납하면 되는 탄력성도 있다.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사무기기를 사지 않고 렌털을 이용하는 것이 상식처럼 퍼져 있다.

 국내 렌털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세 가지 방향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첫째, 투자세액 공제의 인정이다. 현재 같은 장비를 구입해도 구입자가 제조업체일 때만 세액 공제를 받을 수 있다. 렌털업체가 세액 공제를 받으면 그만큼 렌털료가 싸져서 그 혜택이 사용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둘째, 회계처리상 리스와 장기렌털을 같게 보며 손비 처리에서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됐으면 한다.

 셋째, 지금은 글로벌 시대다. 렌털회사가 외국에서 렌털장비를 일시적으로 빌려 국내 사용자에게 서브렌털할 수도 있다. 이때 수입시 부과되는 관세가 임대기간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돼야 한다.

 렌털회사는 정보통신업체에 최첨단 계측기를 무담보로 제공해 개발을 지원하며 그외 많은 기업체의 IT정보화에 필요한 장비를 손쉽게 빌려준다. 따라서 렌털회사가 물건을 조달할 때 원가가 적게 들도록 정책적 지원을 받는다면 그만큼 렌털료도 낮아져 결과적으로 수혜자는 연구기관이나 기업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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