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치러지고 있는 ‘EANS@웍스 2002’는 HP가 컴팩과 합병 이후 스토리지 전략을 처음으로 공식 밝히는 중요한 행사다. 이 자리에는 본사 닐 클래퍼 총괄 부사장을 비롯해 스토리지 각 분야의 담당 임원이 총 출동했으며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까지 스토리지와 관련된 8명의 임원은 각국 기자들을 상대로 테이블 미팅을 일일이 진행하면서 HP 스토리지 전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열성을 보였다.
그러나 한국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행사는 ‘반쪽짜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보다 구 한국HP의 스토리지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은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샘이나 SBS, SK글로벌, 영우디지탈 등 30여명의 참석자들은 모두 과거 컴팩의 제품을 사용하거나 취급하고 있는 채널 관계자들이었다.
“일부러 초청 대상에서 뺀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닐 클래퍼 부사장은 “XP(구 HP의 엔터프라이즈급 스토리지 제품)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하는 고객들이 있는 것을 보면 다른 국가에서는 참석한 듯 싶다”며 “EANS@웍스가 구 컴팩의 행사였고 한국은 통합작업이 다소 늦어졌기 때문에 기획단계에서 미처 처리하지 못한 주최측의 실수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 이번 행사가 갖는 의미를 고려할 때, 특히 양사 고객들이 통합으로 인한 제품 단절과 그에 따른 추가비용 부담에 대한 ‘오해’를 생각한다면 무책임한 답변이다. 또 본사 차원에서 ‘과거 양사 고객을 모두 초청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총 책임자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애매한 답변을 했다는 점은 한국 고객들이 처한 현실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같은 사례를 통합과정에서 벌어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다. 한국HP와 컴팩코리아는 아직까지 ‘남남’이기 때문에 ‘타사 고객사까지 챙길 만한 여유’가 없었다고 해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합병된 HP가 누차 강조하고 있는 ‘고객의 투자보호’는 실천과 행동이 따라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특히 한국HP 안팎에서 농담처럼 거론되는 ‘ESG=컴팩코리아’라는 이미지를 하루 속히 벗기 위해서라도 한국HP의 고객을 위한 노력은 더욱 배가돼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싱가포르=엔터프라이즈부·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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