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장차 일본의 통신시장 지도를 뿌리째 흔들어 놓을지도 모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최근 통신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인터넷 서비스 분야의 강자인 인터넷 이니셔티브 재팬(IIJ)과 그 자회사 크로스웨이브 커뮤니케이션이 도쿄전력의 두 자회사 TT넷과 파워드컴과 통합을 선언한 것이다.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IIJ와 일본 전국을 거미줄처럼 가로지르는 광통신망을 지닌 도쿄전력의 만남은 NTT의 독점을 허물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 지각변동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IIJ의 스즈키 고이치 사장(54)이다. 그는 인터넷이란 이름도 생소하던 10년 전, 가능성 하나만 믿고 일본에서 인터넷 서비스 업체(ISP) IIJ를 창업했다. 정부의 엄격한 시장 규제 속에서 어렵사리 사업을 시작한 그는 회사를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굴지의 ISP로 키워냈고 1999년엔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스즈키 사장은 “IIJ는 인터넷 서비스의 산업 표준을 앞장서 개척해 왔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최근들어 IIJ는 단순히 훌륭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으로 남을 것인지 혹은 도약을 위한 모험을 감행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그는 “앞으로의 통신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선 독자적 정체성을 지키는 것보다는 다른 사업자와 제휴해 몸을 불릴 수밖에 없었다”며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스즈키 사장은 “산업은 경쟁을 통해서만 발전한다”고 말하는 경쟁론자다. 그러나 ‘기술만으론 경쟁을 촉진할 수 없기에’ 그는 합병을 선택했다. 스즈키 사장은 “NTT는 현재의 위치에 만족해 방어적 경영을 하고 있다”며 “전력사들의 전국적 기간통신망과 우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별적 데이터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앞서간 이 없는 ISP 사업에 진출하고, 데이터 통신 자회사 크로스웨이브를 설립하는 등 모험을 거듭하며 성장해온 스즈키 사장. 그가 새로 시작한 모험이 일본 통신시장의 경쟁구도를 바꾸어 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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