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가맹점을 서민금융기관의 고객으로 유치할 수 있는 새로운 전자금융서비스를 놓고, 당사자인 부산은행·새마을금고측과 비씨카드가 대립하고 있다. 비씨카드는 회원 은행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당한다며 지난 6월 부산은행을 통한 전자금융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시켜 현재 양측은 한치도 물러설 수 없는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한달여간 서비스 중단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부산은행과 새마을금고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요청 등 법적인 해결에 이미 착수한 상태다.
비씨카드는 지난 6월 12일 부산은행의 가상계좌를 이용한 서민금융기관의 신용카드 가맹점 모집 및 정산계좌 서비스(가맹점 전자금융서비스)를 전격 중지, 한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서비스가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은행이 새마을금고연합회와 협력해 가상계좌(연결계좌) 방식의 전자금융시스템을 도입한 뒤, 올 들어 카드 가맹점들이 비씨카드의 회원은행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서비스 덕분에 새마을금고 등에 실계좌를 옮긴 가맹점은 현재 3만곳에 달하며, 이에 따른 부산은행 가상계좌 이용금고도 1400여개로 급증했다.
비씨카드는 부산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은행회원사의 강력한 항의에 떠밀려 서비스 중단이라는 강경대응을 내린 셈이다. 이에 대해 비씨카드 관계자는 “부산은행 가상계좌 방식의 적합성은 물론이고 금고측의 가맹점 유치방식에도 다소 문제가 있다”면서 “당사자들과 협의해 나가겠지만 일단 이번 전자금융서비스는 안된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은행과 금고측은 비씨카드의 서비스 중단 조치가 회원은행들의 담합으로 이뤄진 월권행위라며 공정위 제소와 법적대응도 강구하고 있다. 부산은행측은 “비씨카드측의 일방적인 중단결정은 절차상의 문제가 있을 뿐더러 가상계좌 서비스가 이미 포괄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마당에 합리적인 근거도 없다”면서 “부분적으로라도 서비스를 재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마을금고연합회 관계자도 “정산계좌를 어디로 둘지는 고객인 가맹점이 전적으로 결정할 문제이지 카드사나 은행이 강제할 사안이 아니다”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에 따라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비씨카드측의 불공정 거래행위 여부에 대한 심사에 들어갔으며, 위법성이 드러날 경우 강력한 제재조치를 내릴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비씨카드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는지 여부를 포괄적으로 심사중”이라며 “경우에 따라선 회원은행만으로 계좌를 두도록 하고 있는 비씨카드의 현행 가맹점 정산관행에도 손을 댈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씨카드는 이달중 부산은행과 나머지 회원은행들이 참석하는 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하고 내부적인 합의점을 찾기로 했으나, 양측의 시각차가 워낙 커 현재로선 원만한 해결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한편 공정위는 올 초 국민·조흥 등 7개 은행이 하나은행·삼성카드의 자동화기기(CD·ATM) 가상계좌서비스를 중단시킨 사례에 대해 불공정거래행위로 심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용어설명>
가맹점 전자금융서비스란=지난해 부산은행과 새마을금고·신협·상호저축은행이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이들 서민금융기관이 가맹점의 정산계좌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가맹점은 카드 매출대금을 지급받기 위해 비씨카드 회원은행에 실계좌를 둘 필요가 없다. 카드매출 대금이 부산은행의 가상계좌에 들어오면 곧바로 서민금융기관의 가맹점 실계좌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부산은행은 가상계좌 운영에 따른 중개수수료와 일정기간의 자금유치 효과를, 서민금융기관들은 가맹점 실계좌 유치와 카드단말기 대리점 매출이익을 각각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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