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핫 이슈>(3)구조조정 조기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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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통신업계는 지금 한창 구조조정중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조직을 떼어내고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물론 다른 회사와의 합병을 추진하는 등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경쟁은 쉽지 않다. 무리한 사업확장과 부실회계로 사실상 파산상태에 이른 미국 2위 장거리전화회사인 월드컴의 몰락이 이를 입증한다. 이 회사는 지역전화회사에 팔려나갈 처지다.

 우리 통신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90년대 중반 정부의 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으로 대거 등장한 신규 통신사업자들은 불황과 수요포화 상태에 직면하면서 생존경쟁에 내몰렸다. 외국업체와 마찬가지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이 예고됐으며 인수합병 논의도 불가피해졌다.

 그렇지만 사업자들은 노조 등 내부반발을 우려해 구조조정을 애써 눈감고 있고 다른 사업자와의 통합논의도 이해갈등을 풀지 못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한다.

 파워콤의 매각이 지연되면서 데이콤, 하나로통신, LG텔레콤, 두루넷 등을 한 데 묶는 제3세력의 출범도 갈수록 불투명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후발사업자들이 그대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신정책 수장이 바뀌었다. 신임 정보통신부 장관은 일단 통신업계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나 전임 장관과 다른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철 장관은 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책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3강이든 5강이든 국민에게 최상의 서비스 제공 원칙을 따라야 하며 정책도 여기에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사업자 위주로 정책을 짜기보다는 시장논리에 따라 자연스레 구조조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의사로 풀이됐다.

 후발사업자들은 그간 정부의 후발사업자 지원정책의 실효성이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거꾸로 정책에 기댈 뿐 자구노력을 게을리 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후발사업자들은 부족했다고 여길지 모르나 정부는 요금정책 등에서 어느 정도 후발사업자를 염두에 뒀다”며 “그럼에도 상당수 사업자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게 많다”고 지적했다.

 누가 잘못했든 업계 재편이 늦어지고 급변하는 통신환경의 변화 속에 후발사업자의 입지는 날로 좁아지고 있다.

 구조조정의 지연은 지배적사업자도 마찬가지다.

 KT의 경우 무선자회사인 KTF와 KT아이컴의 통합이 늦어질 전망이며 SK텔레콤도 SKIMT와의 통합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KT는 민영화 이후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대대적인 내부 구조조정을 펼쳐야 하나 노조반발 등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통신사업자 구조조정 지연의 부담이 장비와 단말기, 콘텐츠제공사업자 등 후방 산업계로 떠넘겨진다는 점이다. 한 통신장비업체의 관계자는 “통신사업자들이 어떤 형태로든 경영구조를 안정화해야 투자에 나설 수 있는데 당분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장관 교체를 계기로 구조조정 완결시점이 빨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통신업계의 구조조정 압력은 앞으로도 거세질 전망이다.

 정통부는 KT 민영화를 계기로 통신규제 전반에 걸쳐 대폭 손질할 방침이다. 여기에 시장경쟁을 최우선시하는 이상철 장관의 통신산업관과 맞물릴 경우 업계퇴출도 불사하는 ‘무한경쟁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통신업계 구조조정은 사실상 이제부터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후방 사업을 포함한 통신산업계 전체에 충격을 주지 않게 서둘러 구조조정을 마무리짓는 게 이상철 장관의 과제”라고 말했다.

 통신업계도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배적사업자는 내수의 단맛을 잊고 명실상부한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대대적인 내부 혁신에 들어가야 한다. 후발사업자들 역시 남의 탓만 하기보다는 우선 수익구조부터 개선해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야만 업계 통합논의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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