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본산 미국에서 최고경영자(CEO)들은 부와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형 회계부정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미국 CEO들의 위상도 180도 달라졌다.
최근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미국 장거리전화 업체인 월드컴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존 시즈모어 회장(CEO·52)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그는 지난 5월 취임한 후 거의 매일 미국 증권거래소(SEC)와 연방통신위원회(FCC), 국회 등에 불려 다니며 전임자(버나드 에버스 전CEO)가 저지른 회계부정 등에 대한 증언과 해명을 번갈아 하느라 정작 본업인 월드컴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활동은 뒷전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약 300억 달러(약 35조4000억 원)의 부채를 지고 있는 월드컴의 경영환경은 그의 CEO 취임 후에도 개선되기는커녕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다. 시즈모어 CEO는 마침내 11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법원에 월드컴의 법정관리 신청을 피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최고경영자로서 마지막 폭탄선언을 한 셈이다.
월드컴의 경영실패는 화려한 성공 스토리뿐이었던 그의 이력서에 첫 실패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시즈모어 회장은 미국의 뉴욕주립대(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제너럴일렉트릭(GE) 정보사업부 부사장을 지낸 후 지난 94년 인터넷서비스 회사 UU넷의 사장으로 발탁돼 세계 최대 인터넷 회사로 키우는 수완을 발휘했다. 그는 미국 통신업계에서 몇 안 되는 인터넷 전문가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96년 월드컴이 UU넷을 인수할 때에도 월드컴의 부회장으로 중용돼 최근 CEO로 승진할 때까지 이 회사 인터넷 사업부를 진두지휘해왔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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