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던중 국내에 애니메이션 창작 자리가 비어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자리를 채워야겠다고 생각해 과감히 뛰어들게 됐습니다.”
선우엔터테인먼트 소현희 PD(36)는 국내 1세대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자 가운데 한명이다. 90년대 초반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이 외국 작품을 하청으로 제작하던 시절, 소 PD는 애니메이션도 실사 영화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창작에 나섰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그 전에 상상도 못했던 많은 감동과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으며 또 제가 그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소 PD가 대학을 졸업한 직후 창작 애니메이션업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이화여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대부분의 동기들이 은행·증권사 등 소위 잘나가는 직장을 택했던 것과는 달리 방송제작업에 관심을 갖고 이 분야에 원서를 넣었다. 그래서 들어간 곳이 방송 프로그램 외주제작사인 세영애니텔포스트. 이곳에서 소 PD는 애니메이션 창작기획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동화나라 ABC’ ‘오성과 한음’ 등의 제작에 참여했으며 또 이곳에서 애니메이션 기획, 제작, 시나리오 등의 기본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세영에서 창작에 대한 기본기술을 익힌 소 PD는 애니메이션 창작에 뛰어든 선우엔터테인먼트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으로 능력을 발휘했다. 선우에서 소 PD는 외국 애니메이션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또 애니메이터, 시나리오 작가, 기획자 등과 지속적인 대화를 했으며 이를 통해 ‘둘리의 배낭여행’ ‘마이 프렌드 코미’ ‘마일로의 대모험’ 등을 창작했다. 이 작품들은 비록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창작 애니메이션으로 외국 작품들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았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소 PD는 현재 TV시리즈인 ‘스페이스 힙합 덕’을 제작중이다. 해외에서 신조류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올터너티브류의 TV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은 특히 소 PD가 대학 전공을 살려 수익모델로 연결한다는 목표다.
“단순히 감동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이를 상품화로까지 연결시켜야 성공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은 감동뿐만 아니라 상품화까지 연결시킬 수 있도록 기획부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창작 애니메이션도 산업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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