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시행키로 한 초고속인터넷 품질보장제도(SLA) 시행과 관련, 관련업체들의 불만이 거세다.
정부는 3일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품질개선과 이용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최저속도에 미치지 못할 경우 이용요금을 감면하거나 손해배상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SLA를 마련, 오는 8월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업체들은 SLA의 도입 취지에 대해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아직 아무런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함에 따라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저속도의 기준이라든지, 배상내용·속도지연의 책임소재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제도만 발표해 놓고 어떻게 하란 말이냐는 반응이 벌써부터 업계 일각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KT의 관계자는 “정부가 시행키로 한 이상 약관에 도입하는 등 제도의 도입 취지는 살릴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그 이상 준비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로통신 관계자 또한 “약관에 명시하는 이외에 뚜렷한 대책이 아직 없다”며 “8월부터 시행한다고 했지만 아직 사업자간 또는 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사항이 남아 있는 만큼 SLA 본래의 의미를 살리려면 연말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최저속도를 어떻게 측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데이터베이스나 애플리케이션 등의 문제로 인해 트래픽이 생길 수 있고 특정용도로 개설한 사이트의 경우나 그래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이트의 경우 속도 저하가 불보듯 뻔하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고객이 속도에 대해 불만을 느끼고 있는 경우는 특정 서비스나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때인데 이럴 경우 속도저하는 현재의 기술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또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나 콘텐츠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자, 접속서비스 사업자, 구내 사업자 등의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가리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금의 경우도 최저속도에 미달하면 최대 월이용요금의 30%까지 감면해주도록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사업자간, 고객과 사업자간 논란의 소지가 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약관에 들어가는 내용의 차이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아직 시행하기까지는 20여일의 기간이 있고,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가 표준규격을 개발한다고 한 만큼 어느 정도 해결책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고객의 품질개선 욕구에 부응하는 정책이니 만큼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IT인프라의 업그레이드 효과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좋은’ 제도야말로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쳐 충실하게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초고속인터넷서비스가 보편적서비스화하고 있는 마당에 준비안된 SLA의 제도를 ‘예외규정 없이’ 강제할 경우 오히려 농어촌 지역의 초고속인터넷 보급을 꺼리게 되면 정보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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