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훨씬 웃도는 대구 기온.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난다. 남들 같으면 더위를 피해 에어컨 빵빵한 시원한 실내로 몸을 피하겠지만 야외 스포츠로 오히려 더위와 맞서는 IT기업인 두명이 있다.
쓰리비시스템의 박기원 대리(25)와 데이터캐슬의 이철호 사장(32)은 요즘 각각 인라인 스케이팅과 철인 3종에 푹 빠져있다. 이들은 스피드와 인간 한계를 극복하는 통쾌감을 맛보는 진정한 스포츠 마니아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 것일까. 그들의 공통점은 항상 즐겁다는 점. 딱히 웃고 지낼 만한 꺼리가 없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생활태도가 두 사람의 매력이다.
“처음엔 남는 여유를 무엇으로 때울까 하고 고민하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시작하게 됐고 지난해 8월부터는 좀더 잘 타보겠다는 생각에 동호회에도 가입했는데 이젠 운동도 운동이지만 사람 만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박기원 대리가 가입한 인라인 스케이트 동호회는 다음카페에서 운영중인 ‘레드니스 클럽’. 10대에서 40대까지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려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 동호회 가입초기부터 지금까지 매주 두세 차례 번개모임과 정기모임에 참석해온 그는 얼마전부터는 아예 운영진으로 나섰다.
쓰리비시스템의 SVI팀에서 회사 프로젝트 외주 관리업무를 맡고 있는 박 대리는 업무성격상 외주업체들과 미팅이 잦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외주 업체들을 회사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끌어오는 과정에서 생기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때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스케이트팅을 하면서 땀을 쫙 빼고 나면 하루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완전히 사라지는 기분입니다.”
인라인으로 일상의 스트레스 그리고 나쁜 기억들을 모두 지워버리고 싶다는 의미에서 동호회 닉네임이 ‘지우개’인 박기원 대리는 조만간 동호회내 소그룹인 레이싱팀에도 가입해 스피드에 본격적으로 젖어볼 생각이다.
데이터캐슬이라는 IT벤처기업을 이끄는 이철호 사장에게는 지구력과 패이스조절 등 지옥의 레이스라고 불리는 철인 3종(수영 3.9㎞,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에서 요구되는 조건들이 회사 운영과 너무나 비슷하다는 점에 매료됐다.
“99년 회사설립 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 ‘도전할 만한 그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에서 철인 3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철인 3종은 체력은 물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을 길려줬고 일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힘을 생기게 해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중학교 때 중장거리 선수로 활약했고, 군 태권도 선수단 출신이면서 격투기와 암벽타기 등 범상치 않은 취미를 즐길 만큼 체력에 자신이 있었던 그로서도 철인 3종은 그리 만만하게 볼 경기가 아니었다.
이 사장은 철인 3종 경기 단체인 대구트라이애슬론경기연맹에 가입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았지만 4시간 안에 완주해야하는 올림픽 코스를 통과했을 뿐 17시간 내 완주인 풀 코스는 아직 엄두도 못내고 있다. 내년 4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철인 3종 경기에서는 풀코스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풀코스 기록이 없어 연맹에서는 ‘부실총각’으로 통하는 이 사장은 이번 완주를 통해 총각 딱지를 뗄(?) 생각이다.
“철인 3종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경기에서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체력과 정신력이 요구되구요. 철인 3종은 회사를 이 정도까지 운영해 올 수 있는 밑바탕이 된 셈이지요.”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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