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이 한권의 책]강현두 스카이라이프 사장

 강현두 스카이라이프 사장(ceo@skylife.co.kr)

 <미디어소사이어티(원제:Media/Society-Industries, Images and Audience)

 - 데이비드 크로토, 윌리엄 호인스 지음, 전석호 옮김, 사계절 펴냄

 

 월드컵의 열기로 온 국토가 붉게 물들었던 6월, 신문과 방송은 온통 월드컵 일색이었다. 한국팀 경기가 있는 날에는 지상파방송 4개 채널에서 모두 한국전 경기를 중계방송했고 연일 이어지는 승전보에 힘입어 경기 종료 후 방송된 각 방송사의 뉴스는 날을 넘겨 방송했다. 오죽했으면 사커데스크(soccer desk:MBC뉴스데스크의 패러디)라는 말이 생겼을까.

 월드컵 기간동안 지상파방송 3사는 개폐막식을 비롯해 64 전경기를 실시간 중계방송했다. 이외에도 3D 리플레이시스템을 이용해 주요 경기 장면을 현장감 넘치게 보여줬고 각종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을 신속히 제작, 방송함으로써 월드컵 열기를 북돋우는 데 톡톡히 기여했다. 한국전 경기가 열리는 날은 1일 15, 16시간을 축구 경기 및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신문은 어떠했는가. 월드컵 기간동안 일간 종합지의 경우 평균 지면의 30∼40%를 월드컵 관련 기사에 할애했다. 8강 진출이 확정된 후 19일자 신문은 업계 전문지마저도 1면 톱을 ‘8강 진출’ 소식으로 장식할 정도였다.

 한국 대 폴란드 전이 열린 4일 전국 85만명, 한국 대 독일 준결승전이 열린 25일 전국 700만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긴 거리응원. 응원 열기를 달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신문과 방송의 힘이 아니었을까.

 미국의 사회학자인 데이비드 크로토와 윌리엄 호인스가 공동으로 저술한 ‘미디어 소사이어티’는 21세기 사람들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미디어와 사회의 유기적 관계를 총 5부에 걸쳐 사회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이론보다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미디어와 사회의 관계에 대해 전하고 있어 매스미디어를 전공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손쉽게 읽을 수 있는 생활지침서로서 역할을 한다고 생각된다.

 책 내용 중 2부에서 언급하고 있는 미디어 규제는 방송의 산업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의 규제 현실을 생각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저자에 의하면 정부 규제는 미디어가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면에서 중요하지만 미디어 기업의 방향과 발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형식이나 내용·목적은 사회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미디어 조직은 그들 자체의 통제를 초월해 외부적인 경제적·정치적 힘에 의해 형성되는 환경안에서 운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제적·정치적 힘을 헤쳐나갈 수 있는 나름대로의 지혜로운 전략을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했다.

 미디어 산업이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와 통제 없이는 일정한 위치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미디어 종사자들은 자신에게 이득이 될 경우에는 정부의 어떤 규제라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현실이라 했다. 즉 소유, 상품의 생산, 유통, 기술 개발 등에 부여되는 각종 규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행해지지만 현실에서는 사업자들을 득과 실의 세계로 명백하게 분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회속에서 미디어 산업이 갖는 현실이라 했다.

 방송기술의 발달 및 방송·통신융합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미디어의 도입과 이에 따른 사회 발전을 위해 보다 지혜로운 규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 하나, 저자는 국제화와 미디어의 관계를 언급하고 있다. 미디어의 국제화는 소유·콘텐츠·소비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이미 거대화된 국제 기업을 탄생시켰다. 이들 국제 기업을 통해 전세계는 무수한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다. 혹자는 이를 문화제국주의라 하지만 글로벌미디어 기업을 지향하는 기업의 대표인 내게 있어 이 주제는 ‘과연 진정한 미디어의 국제화는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끝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독자의 입장에서 저자의 원뜻을 그대로 전달하려는 역자 전석호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노력을 책 곳곳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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