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업계 中진출 배경-세계 최대시장서 사활건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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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시장을 선점하라.’

 2일 LG필립스LCD가 중국진출을 전격 선언함에 따라 앞으로 세계 LCD업계의 중국시장 선점경쟁은 더욱 열기를 뿜을 전망이다. 특히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5세대 TFT LCD라인을 가동하며 생산능력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LCD메이커로 부상한 LG필립스LCD가 중국공략에 나서 한국·일본·대만 등 ‘LCD3국’간 중국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선점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은 머지 않아 LCD분야의 최대 수요국이자 공급국으로 변모, 효과적인 중국진출 여부가 LCD업계의 사활을 가늠하는 잣대로 간주될 것”이라며 “세계 1, 2위를 다투는 LG필립스와 삼성의 가세로 LCD업계의 중국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한한 잠재력=한국·일본·대만의 주요 LCD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중국으로 건너가는 가장 큰 이유는 거대 대륙 중국이 갖고 있는 디스플레이 시장의 무한한 가능성 때문이다. 13억 인구의 중국은 IT붐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TV·컴퓨터 등 디스플레이 전방산업의 수요가 급증, 이미 세계 최대 시장으로 자리를 굳혔다. 공급 측면에서도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의 디스플레이 생산기지로 불러도 무리가 아닐 정도로 성장했다. 이미 TV·모니터용 브라운관(CRT)의 경우 LG필립스디스플레이·삼성SDI·CPT 등 ‘빅3’를 비롯해 한국·일본·대만의 관련업체들이 모두 중국 곳곳에서 TV용 CPT와 모니터용 CDT를 대량으로 토해내고 있다.

 평판디스플레이(FPD)의 대표주자인 TFT LCD분야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TFT LCD의 주 응용시장인 모니터·노트북PC·TV 등 영상기기 업체들이 속속 중국에 상륙, 거대수요가 서서히 위용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인프라=TFT LCD는 반도체와 함께 대표적인 첨단산업으로 그동안 생산기지의 중국이전을 상당히 꺼려왔던 분야다. 그러나 거대시장이 열리고 있고 무엇보다 중국정부가 세제혜택 등 각종 지원을 바탕으로 반도체·LCD 등 해외 첨단산업 유치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 중국은 또 여전히 가격경쟁력 확보에 유리한 곳이다. 물론 LCD는 반도체와 함께 제조원가 대비 인건비 비중이 낮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한국·일본·대만 등 LCD3국간 접전속에서 가격경쟁력 확보가 핵심 변수란 점에서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인건비 비중이 높은 후공정 위주로 중국진출이 전개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선점이 중요하다=LCD는 반도체와 달리 보통 주문제작에 의존, 세트업체와의 유기적인 관계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 국내업체의 중국진출이 그룹계열 세트업체와 연계해 움직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중국진출의 성공 여부는 전세계에서 모여든 현지 모니터·노트북·TV업계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략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런 면에서 일단 국내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히타치·AUO·CPT·한스타·퀀타·치메이 등 이미 일본과 대만의 경쟁업체들은 중국에 생산라인을 구축, 가동중이거나 공장설립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LG필립스LCD·삼성전자 등 국내업체들은 비록 일본이나 대만 LCD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국 입성은 늦었지만 높은 지명도와 막강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충분히 이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특히 향후 중국공장을 활용, 납기·품질관리·AS 등 현지고객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 고객만족도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풍부한 노동인력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 등에 힘입어 디스플레이 시장가치뿐만 아니라 생산기지로도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라며 “향후 LCD업계의 성패는 중국시장 선점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변수는 무엇인가=중국진출을 시도했던 국내 산업체 관계자들은 대개 중국을 ‘대문은 열었으되 쪽문은 닫은’ 나라로 표현한다. 그만큼 중국의 사회·문화적 진입장벽이 높다는 설명이다. 여러 핵심 부품이 결합되는 LCD모듈의 특성상, 협력업체들과의 동반진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끌어내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보다 간과해선 안될 부분은 잠재적 최대 라이벌인 중국 LCD업계의 추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지금 당장엔 생산기지이자 수요처에 불과하지만 중국정부가 첨단 IT산업을 육성하는 의지를 감안할 때 머지 않아 국내업체들에도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맞는 전략과 전술을 수립하고 중국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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