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설 IT교육기관 겉돈다

 정부가 IT전문가를 양성하자는 취지에서 의욕적으로 설립한 정부 부설 IT전문교육기관들이 전문성 결여로 수강생 미달사태가 잇따르는 등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 부처간 영역다툼이 IT인력양성사업에까지 번지면서 부처별로 유사한 교육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운영해 교육기관의 하향평준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산하단체 등을 통해 운영 중인 정부 부설 IT교육기관은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정보통신교육원, 문화관광부 산하 게임아카데미, 산업자원부 산하 e비즈인력개발센터 등 모두 10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교육기관은 최근 수강생이 급감, 정원의 절반도 못채우는 등 일반인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정통부의 지원을 받아 서울을 포함해 전국 15개 지역에서 교육장을 운영 중인 한국정보통신교육원은 올 상반기 수강생이 정원의 48%밖에 안되는 미달사태를 빚었다.

 문화부 산하기관인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운영 중인 게임아카데미는 올 상반기 제2기 신입생을 모집한 결과 정원 60명의 60%를 겨우 넘긴 39명이 지원했으며, 산자부 산하 e비즈인력개발센터도 12개 과정에 수강생이 70% 수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이들 교육기관은 설립 당시 시설 및 기자재 구입비로 많게는 100억원 이상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 데다 매년 운영비로 5억∼150억원의 거금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고 있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정부 부설 교육기관에 미달사태가 속출한 것은 정부 부설 IT교육기관의 교육 프로그램이 사설학원과 큰 차이가 없는 등 전문성이 크게 결여돼 있는 데다 정부가 실업자 대상 IT재교육에 매년 1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면서 정부 지원을 받는 사설 IT교육기관이 크게 늘어 굳이 정부 부설 IT교육기관을 찾지 않고도 저렴한 비용에 IT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부 부처들이 IT교육을 하나의 실적으로 여기고 경쟁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하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강사와 수강생을 분산하는 등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정통부 산하 한국정보통신교육원은 문화부 산하 게임아카데미와 똑같은 교육과정을 이달 중 신설할 계획이며 산자부 산하 e비즈인력개발센터와 한국생산성본부는 거의 비슷한 e비즈니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강원대 전기전자정보통신공학부 김화종 교수는 “정부 부설 교육기관의 미달사태는 IT교육시설이 늘어난 데도 원인이 있지만 고급인재양성이라는 당초 목표에 걸맞은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교육이 실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 부처는 실적 위주의 교육정책에서 벗어나 전문강사 확보 등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좀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