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붉은 함성에 묻힌 `객장`

 한반도를 온통 ‘붉은 6월’로 만든 월드컵도 막을 내렸다. 승리의 기쁨이 뭔지 새삼 깨닫게 한 이번 월드컵은 우리민족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700만명을 넘는 거리응원은 역사 이래 초유의 일이고 4강 신화를 달성한 한국축구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축제의 한 켠에서 한국증시는 월드컵 열기와 반대로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푸른 6월’을 맞고 있었다. 이런 면에서 모 증권사가 분석한 투자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보고서는 월드컵이 시작되기 불과 4개월 전과 현재, 한국축구와 한국증시가 너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4개월 전 한국축구는 유럽국가들과의 평가전에서 번번히 지고 있었다. 개최국의 면모는커녕 월드컵 1승 장담도 힘든 상황이었다. 국민들은 한국축구의 미래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다.

 반면 증시는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솟구치고 있었다. 당시 보고서는 한국증시가 연말에 1300선을 돌파하고 내년에도 견조한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견해가 난무했다. 한국증시는 기업들의 구조조정 성공, 미 증시와의 차별화 등 갖가지 호재들로 이어져 그 어느 때보다 견실한 체력보강이 이루어졌다고 믿었다.

 그로부터 4개월 후 한국축구와 한국증시는 실망이 환희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역전상황이 발생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조∼3조원에 달하던 코스닥시장은 6월 내내 단 하루도 1조원을 넘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26일 투자자들의 신뢰에 찬물을 끼얹는 ‘검은 수요일’을 맞으며 한국증시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자조마저 흘러 나왔다.

 한국증시도 한국축구와 마찬가지로 체질 개선에 힘을 쏟았다. 기초체력이 중요한 만큼 구조조정의 혹독한 과정을 겪었다. 유럽강호들을 두려워하지 않듯 미 증시와 차별화된 한국증시 나름대로의 독립성도 가졌다. 결과는 다를지 몰라도 한국축구와 한국증시는 비슷한 과정을 겪어왔고 비슷한 처방으로 대응했다. 단기적으로 미국 증시 폭락세 동조화를 보이고 있으나 독보적인 투자메리트로 인해 양호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월드컵 4강 성적의 배경과 매우 유사하다.

 이젠 투자자들이 믿음을 주어야 할 때다. 한국축구에 보냈던 열렬한 성원같이 한국 IT증시에 보내는 성원 역시 월드컵 못지 않아야 할 때인 듯 싶다.

 <디지털경제부·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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