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결렬` 하이닉스 새 이사진 확정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기다려줄 수 있을까.’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이 하이닉스 새 이사진 명단을 확정, 하이닉스에 통보함에 따라 마이크론과의 재협상 가능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하이닉스 문제를 가장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더 말할 나위없이 마이크론과 매각협상을 재추진하는 것.

 협상이 결렬된 2개월 전의 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채권단이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반발을 샀던 하이닉스 잔존법인(비메모리 부문)에 대한 생존대책(구체적으로는 부채탕감 계획)만 추가로 마련하면 재협상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것이 채권단의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2개월간 급속도로 악화된 대내외적인 환경변화로 인해 재협상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마이크론 주가급락=우선 마이크론의 주가급락이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한다.

 마이크론의 주가는 지난달 27일 현재 20.5달러를 기록중이다. 매각협상이 활기를 띠던 지난 5월에 비해 30∼40% 가량 하락했다. 4분기(3∼5월) 적자발표로 인해 지난달 26일 장중에 16달러까지 급락했다가 이튿날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불안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푸르덴셜증권이 마이크론의 목표주가를 55달러에서 39달러로 하향조정했는가 하면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마이크론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태세다.

 매각 재협상이 추진될 경우 2개월 전보다 더 많은 주식을 채권단에 넘겨줘야하는 마이크론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마이크론의 심리적 부담=여기에 마이크론 경영진의 심리적 부담감도 악재가 된다. 협상 당사자인 하이닉스의 박종섭 사장이 협상결렬의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을 내놓았다. 마이크론의 이사진과 주주들이 마이크론의 애플턴 회장에게 같은 강도의 압박을 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 허비에 따른 문책의 소지는 남아있다. 때문에 애플턴 회장이 재차 결렬될지도 모르는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을 낮다. 애플턴 회장을 재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면 채권단이 100% 성공 가능성이 보장된 매각조건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협상전문가 부재=하이닉스의 내적인 문제로는 과거 박종섭 전임 사장이 추진해왔던 매각협상의 바톤을 이어받을 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점이다. 최초 매각협상이 불발로 막을 내리긴 했지만 박종섭 전임 사장의 협상능력은 대내외적으로 탁월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마이크론도 이 점은 인정한다. 때문에 마이크론은 지난번 협상결렬의 요인을 하이닉스 이사회가 아닌 잔존법인의 생존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권단의 정책부재에 두고 있다.

 채권단이 협상전문가를 수소문하고 있지만 지원자는 물론 검증된 후보조차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재개의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과거와는 달리 이젠 하이닉스 노조까지도 매각반대를 위한 결사항쟁을 선언했고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권이 하이닉스 편들기에 나서고 있어 재매각의 길은 멀고도 험난할 수밖에 없다.

 ◇촉박한 시간=마이크론은 지난해말 하이닉스와의 사업부 매입협상을 추진한 이후 차세대 설비투자를 사실상 중단해왔다. 하이닉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돈이 들어가는 설비투자는 보류했다. 그 바람에 차세대 투자에 적극 나선 삼성전자와 인피니온테크놀로지 등 최대 경쟁업체들과의 설비투자 경쟁에서 뒤로 밀려나 있다.

 최근 마이크론은 오는 8월로 마감하는 올해 회계연도 안에 9억∼10억달러의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더 이상 하이닉스를 기다려줄 수만은 없다는 계산에서다.

 이같은 계획을 지키기 위해 마이크론은 그동안 미뤄왔던 설비투자를 7월과 8월에 착수할 것이고 따라서 자연히 하이닉스 협상창구의 문은 굳게 닫힐 수밖에 없다.

 결국 채권단이 재협상할 수 있는 시간은 이달 한달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채권단의 후속 매각대책은 이달말께나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여 채권단은 마이크론과의 재협상이 아닌 새로운 카드를 제시해야만 ‘하이닉스 매각’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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