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벤처기업의 수출은 매년 20억달러 남짓으로 총수출 대비 비중 역시 1∼2%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50억달러를 돌파하고 수출비중도 4%로 높아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하고 있다. 올해도 이변이 없는 한 60억달러 달성은 무난하며 70억달러 수출도 가능하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올초 우리나라의 총수출이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계속할 때도 벤처기업 수출은 지난 2월 설 연휴기간에 따른 주춤세를 빼면 줄곧 30%대를 오르내리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프 참조
◇벤처수출, 역시 IT=한국무역협회의 통계자료를 근거로 본지가 최근(1∼4월) 국내 벤처기업의 수출실적을 분석한 결과, 상위 30대 벤처수출 품목 중 20개 제품이 모두 IT제품으로 포진됐다. 1위 수출품은 휴맥스 등 벤처기업들이 수출수위에 올라 있는 위성방송수신기. 무선통신기기 부품, 휴대형 전화기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특히 10대 수출품목 가운데 자동차부품만이 비IT제품으로 나타나 IT산업이 벤처수출업계를 견인하고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반면 IT산업에 이은 2대 벤처수출업종인 기계제조업은 전체 벤처기업 수출증가세에도 불구하고 11.7%의 수출감소율을 기록했다. 석유화학과 의료·정밀·광학기기 분야 역시 각각 0.4%와 0.7%의 감소세를 보여, 분야별 수출양극화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벤처수출서도 두각=최근들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세대 수출상대국으로 급부상중인 중국이 벤처수출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4월 대중국 벤처기업 수출액은 총 3억276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배가 넘는 수출실적을 올렸다. 이는 3억6464만달러인 대미국 수출실적에 비해서도 불과 3700만달러 정도 밑도는 액수다.
수출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대중국 벤처수출 실적은 대일 수출을 크게 앞섰고, 이제는 대미 수출마저 넘보고 있다”며 “아직까지 미국 등 기존 수출시장 진출만을 모색하는 벤처기업은 중국을 중심으로 중화권 수출마케팅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 차세대형 수출게릴라로 육성해야=지난해부터 벤처기업 관련 비리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벤처기업 수출증가세 지속 현상은 국내 벤처업체들의 기초체력이 예상보다 견실함을 방증한다.
따라서 건전한 벤처기업의 육성을 통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한국수출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영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직접적인 자금지원 위주로 추진돼 온 정부의 대벤처 지원은 수출마케팅, 기술개발 등 소프트웨어 차원의 지원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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