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초 출범한 전자부품 B2B업체 ‘코바이’에 대한 전자·부품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자체구매를 원칙으로 삼던 삼성전자의 구매 아웃소싱을 따낸 것만으로도 화제지만 실은 이 회사를 설립한 인물이 전 삼성전자 상무였던 권재형 사장(52)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매출 수십조원의 글로벌기업 구매담당 임원’ ‘국내 최고의 e프로큐어먼트 글로넷 구축’ ‘글로벌 e마켓플레이스 컨버즈코리아의 초대 사장’ 등 단순이력을 나열해도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대번에 알 수 있다.
사활을 건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는 최근의 e마켓업계로서는 권 사장 같은 중량급 인사가 업계에 발을 디뎠다는 사실만으로 힘을 얻기에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그가 전개할 B2B사업이 안개 속을 비행하고 있는 업계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에 찬 목소리도 들린다.
“세계를 연결하는 기업간 온라인 구매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의 목표는 뚜렷하다. 단순 구매대행에서 벗어나 온라인 구매 및 주문관리, 운송, 물류서비스까지 다양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털 B2B를 지향한다.
“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구매의 e비즈니스화가 필수입니다. 많은 기업들이 구매부서의 반대로 B2B를 꺼리는 것은 그만큼 경영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증거지요. 지금 삼성전자의 회계결산은 불과 이틀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돈과 물의 흐름을 동일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e비즈니스의 핵심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사업개시와 함께 ‘자체구매’를 원칙으로 삼아왔던 삼성전자의 구매 아웃소싱을 따낸 그의 능력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도 남을 만한 사건이었다. 이는 최근 전 산업계에 일고 있는 아웃소싱 열풍과 맞물려 기업들의 아웃소싱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달 6일 코바이는 삼성전자의 글로넷과 연동한 웹 기반 수발주 시스템을 구축하고 온라인 구매대행서비스를 개시했다. “삼성전자는 전자구매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불필요한 재고와 비용을 절감하고 업무를 효율화하는 차원에서 생산원가 비중이 낮은 소액·소량의 부품, 단발성으로 필요한 부품 등의 구매업무를 코바이를 통해 아웃소싱하기로 한 것입니다.”
코바이의 사업전략은 중견 및 중소전자업계의 온라인 구매를 대행해 구매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아직 온라인 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한 기업에 e비즈니스를 보급하는 것이다.
“2∼3년 후에는 B2B가 모든 기업에 정착될 겁니다. 그때까지 비록 고생스럽겠지만 산업을 개척하는 마음가짐으로 일한다면 보람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 속에서 열악한 B2B업계의 큰 형 역할이 기대된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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