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가장 중요한 기능 가운데 하나는 사용자가 다루는 정보를 가능한 빠른 속도와 많은 용량으로 전달·저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에서 차지하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의 비중이 단연 돋보이는 이유다. 특히 영상·음성 등이 복합적으로 뒤섞인 대용량의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현재의 사정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컴퓨터 기술 분야의 가장 큰 성공스토리 중 하나를 꼽으라면 HDD 발전과정을 빼놓을 수 없다.
HDD는 지난 50년 5MB 용량에 냉장고 두개를 합쳐 놓은 듯한 크기로 등장했으며 80년대 중반 이후 컴퓨터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았다. 그 후로도 계속해서 용량과 속도면에서 엄청난 변화를 거듭해 왔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2002년 현재 HDD가 겪고 있는 변화는 무엇일까.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7200vpm 제품이 급속히 시장의 주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변화는 특히 컴퓨터의 성능이 급속히 향상되면서 컴퓨터 시스템내에서 HDD 성능의 중요성이 확대되는 데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 7200vpm 제품이 시장에서 확대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5400vpm 제품에 비해 가격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두 모델간 가격차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60Gb 제품을 기준으로 하면 1만5000원의 차이만을 보일 정도다. 고속 회전모터 사용에 따른 신뢰성 및 소음문제도 각 제조사가 고유의 소음방지기술을 소개하면서 해소되고 있다.
국내에선 HDD를 단품으로 판매하는 유통시장에서 7200vpm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60%대에 육박한 데 이어 컴퓨터 제조업체도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최근 잇따라 7200vpm HDD를 채택하고 있다.
시게이트는 40Gb 제품 이후 5400vpm 제품을 단종한 후 7200vpm 제품 점유율이 70%대에 육박하고 있고 웨스턴디지털과 맥스터도 60% 이상의 판매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제품 출시가 늦었던 삼성전자도 최근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이같은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는 올 연말까지 7200vpm 제품의 비중이 데스크톱용 HDD시장의 50% 수준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속 HDD의 등장은 대용량 제품의 시장 비중 확대를 동반하고 있다. 현재 HDD 시장은 40Gb 제품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 컴퓨터 제조업체가 여전히 40Gb HDD를 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반 소비자 시장을 중심으로 60Gb 이상 제품의 점유율 확대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HDD의 가격 하락으로 40Gb 제품의 수익성이 한계에 이르자 각 제조사도 60Gb 이상의 대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상황이며 60Gb·80Gb에 이어 120Gb·160Gb 제품까지 출시해 이후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7200vpm의 속도, 60Gb 이상의 대용량 HDD의 등장에만 현혹돼서는 안된다. 간과하기 쉬운 함정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호사스런 성능을 원활하게 구현할 수 있는 컴퓨터 환경이 마련돼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HDD의 성능을 완벽하게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 전송환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 HDD 업계가 시리얼ATA(SATA:Serial Advanced Technology Attachment)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SATA는 현재까지 가장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를 구현하는 ATA133의 133Mbps보다 빠른 150Mbps를 1세대에서 보장한다. 2세대를 거쳐 2007년쯤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3세대로 넘어가면 전송속도는 600Mbps에 이르게 된다. 이에 따라 모든 HDD 제조사는 SATA를 지원하는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문제는 언제 SATA를 구현할 수 있는 주기판이 출시되느냐 하는 것인데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HDD가 최근 겪고 있는 또 다른 중대한 변화는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다. 이제껏 HDD의 발전방향을 결정해온 것은 컴퓨터였다. 컴퓨터 경기에 따라 HDD 시장도 함께 ‘울고 울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HDD 시장이 형성되면서 이런 필연적 관계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디지털 가전 제품에 HDD의 채택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것이 PVR(Personal Video Recorder) 제품. PVR는 TV나 셋톱박스에 내장된 HDD에 정보를 기록, 재생하는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녹화기로 향후 2, 3년 내에 컴퓨터와 맞먹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따라 가전용 HDD시장의 첨병격인 PVR는 이후 시장 판도를 가르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올해 태동 단계에만 30만∼40만대 규모가 예상되는 PVR 시장을 겨냥, 가전·셋톱박스 업체들이 올 하반기부터 신제품을 본격 출시키로 하고 HDD 공급업체 물색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DVR·DVD 등이 유력한 HDD 채택 제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가전용 HDD 시장의 특징은 컴퓨터에 비해 성능이 크게 강조되지 않으면서 가격이 중요한 기준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5400vpm 제품이 디지털 가전 시장에서 일정 기간에 소화될 것으로 보고 저가형 제품의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HDD내에 디스크 한장만을 사용하는 제품이나 디스크 한쪽면만을 사용해 원가를 낮춘 제품들이다. 이러한 제품은 성능면에서 기존 제품에 비해 다소 떨어지지만 낮은 가격과 적정한 용량을 제공, 향후 상당한 수요증가가 예상된다.
<강구열기자 riva910@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챗GPT 검색 개방…구글과 한판 승부
-
2
SKT, 에이닷 수익화 시동...새해 통역콜 제값 받는다
-
3
비트코인 11만달러 눈앞…트럼프 發 랠리에 20만달러 전망도
-
4
올해 하이브리드차 판매 '사상 최대'…전기차는 2년째 역성장
-
5
에이치엔에스하이텍 “ACF 사업 호조, 내년 매출 1000억 넘긴다”
-
6
갤럭시S25 '빅스비' 더 똑똑해진다…LLM 적용
-
7
테슬라, 3만 달러 저가형 전기차 첫 출시
-
8
“팰리세이드 740만원 할인”…車 12월 판매 총력전 돌입
-
9
정부전용 AI 플랫폼 개발…새해 1분기 사업자 선정
-
10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 회장 승진…HBM 신장비 출시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