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국내 정보기술(IT)산업을 대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의 땅인가, 아니면 국내 IT산업 공동화를 촉진하는 블랙홀인가.
거대시장 중국이 세계 IT공장으로 부각되면서 중국 진출은 이제 국내 IT업계의 최대 화두로 자리잡았다. 그럼에도 불구, 중국은 아직 우리에게 낯설은 이방지대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중국 진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브이소사이어티포럼이 전자신문과 브이소사이어티(대표 이형승)의 공동 주관 아래 5월 첫번째 모임이 9일 서울 강남 브이소사이어티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국내 벤처기업 CEO를 비롯해 각계 전문가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배우성 이차이나센터 사장이 ‘다국적 기업의 중국 전략’을 주제로 발표한 후 참석자들이 자유토론 형식으로 국내 IT업체의 중국 진출 기회 요인과 이에 따른 리스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요약정리했다. 편집자
토론요약
◇김준(경방 전무)=중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본다. 특히 벤처·중소기업의 경우 중국에 뼈를 묻는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잠재시장이 방대하다는 이유만으로 어설프게 진출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중국에 진출해 성공한 한 중소기업 사장의 말을 빌리면 그는 국내 본사의 경우 큰아들에게 맡겨두고 중국 공장에서는 둘째아들과 함께 기숙하면서 현지화를 추진한 결과 이제 본 궤도에 올랐다면서 둘째아들은 아예 중국에 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즉 반 중국 사람이 되기로 했다는 것이다.
국내 유명 전자업체인 L사의 경우 중국을 제2본사로 삼을 정도로 중국 진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도 초기에는 저가전략을 구사하는 바람에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 회사의 일부 전자제품의 경우 무게로 달아 팔렸었다. 저가전략은 브랜드 이미지만 떨어뜨리고 남는 것이 없다. 값비싼 수험료를 낸 이 회사는 최근 고가품 중심으로 중국 시장공략 전략을 전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최고의 기술력이 뒷받침된 최상의 제품만이 중국에서 통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배우성(이차이나센터 사장)=동감이다. 저가전략은 실패한다. 중국시장에서 저가·중급제품이 통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세계 최고의 제품이 경쟁을 벌이는 곳이 중국시장이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들은 모두 자사 최고의 제품을 중국시장에 내놓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시장은 미국시장과 다름없는 하이엔드시장이다. 저가전략이 초기에는 먹힐 수 있으나 곧 중국업체에 시장을 내주게 된다. 수출을 전제로 한다면 저가제품 생산전략도 유효하다고 보나 이 방법도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백종관(보이스웨어 사장)=국내 벤처업체들이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아마 500개 정도의 벤처기업이 중국에 거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중 현재 중국시장 진입에 성공, 안착한 업체는 30여개 남짓하다는 것이 중국 현지업체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황금알을 캐는 신천지가 아니다. 이제는 중국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버리고 냉정하게 자신의 경쟁력을 되짚어봐야 할 때다.
◇김준=중국은 시장만큼이나 금융 및 컨트리 리스크가 크다. 잘못하면 엄청난 수험료만 물고 나올 수 있다. 일본·미국의 유수 IT업체들도 중국이라는 수렁에 빠져 고전하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형승(브이소사이어티 사장)=중국 진출에 따른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이 세계 공장으로 부상하고 내수시장마저 조만간 일본을 추월, 미국에 맞먹을 정도로 커질 것으로 보아 국내 기업의 대중국 진출은 대세라 여겨진다. 따라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백종관=그 방안으로 국내 기업간의 정보 네트워크 구축을 제안하고 싶다. 개별기업 혼자 대응하기보다는 네트워크를 통해 성공·실패 사례를 분석하는 정보 풀(pool)의 구축이 시급하다.
◇이윤재(지누스 회장)=중국 전문가 양성도 시급하다. 국내에는 중국 전문가가 거의 없다. 현재 중국 전문가로 지칭되는 사람은 대부분 아마추어 수준이다. 여기에다 자칭 중국 전문가인체 하는 인사 중 브로커도 있다. 특히 벤처기업의 경우 이들 브로커 중국 전문가들을 경계해야 한다.
◇김홍선(시큐어소프트 사장)=정말 중국 전문가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현재 시큐어소프트는 중국시장을 놓고 로엔드 모델의 경우는 순수 중국업체와, 하이엔드 제품은 미국 제품과 경쟁하고 있다. 이 중 하이엔드 제품은 미국내 중국인 유학생을 대거 채용한 미국 기업들이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어 뚫고 들어가기가 매우 힘들다. 관급 공사가 대부분인 중국의 경우 이들 미국 유학생 출신들이 정보를 거의 선점하는 실정이다. 기술은 차치하고 정보에서 우선 뒤진다.
◇배우성=본인도 중국을 조금 안다고 자부했는데 미국 기업들의 중국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보고 놀랐다.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중국의 미국 유학생들은 본국행을 포기하고 실리콘밸리에 있는 IT기업에 눌러앉았다. 이들은 언어는 물론 실력면에서 미국인과 거의 동등한 수준이다. 미국 기업들은 이들 중국 유학생을 선봉장으로 삼아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나아가 미국 IT업체들은 화교 유학생 출신을 최고경영진으로 발탁, 중국 거점의 책임자로 앉히고 있다.
◇김준=SK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도 최근들어 중국 전문가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구상아래 중국 대학생을 장학생으로 선발, 국내 유수 대학에 유학시키고 있다. 이처럼 장기적 베이스에서의 중국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며 우리의 대학생들을 중국의 유수 대학에 유학보내는 데 정부와 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백종관=국내 진출한 중국 기업과의 제휴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은 300여개에 이른다. 이들 기업은 한국시장을 공략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한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중국업체와 손잡고 중국시장용 제품 개발을 통해 대중국 수출을 늘리고 미국 등 제3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배우성=좋은 의견이다.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 외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선진국시장을 개척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또 하나, 국내 기업들은 생산거점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을 중국 진출의 요체로 생각하고 있으나 연구개발 기능의 중국 이전도 검토해 볼 시기다. 중국에서 먹힐 수 있는 제품은 중국 전문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추진하면 시장진입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연구기능의 중국 이전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 본다.
◇김홍선=중국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기는 어렵지만 삼성처럼 성공한 모델 케이스가 한국에도 많다. 후발기업들은 이들 선발 성공기업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로 재정립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나아가 중국시장 개척에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한 국내 기업들이 대국적인 차원에서 중국시장 진출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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