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문제를 조기 해결해야 한다는 정부의 강경방침에 떠밀려 채권단이 내놓은 분할매각안을 놓고 상반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채권단측은 구매자가 쉽게 사갈 수 있도록 쪼개 파는 ‘분할매각’이 조기 채권회수와 하이닉스에서 손을 떼는 차선책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반면 하이닉스와 소액주주측은 메모리부문의 홀로서기를 위해 비메모리부문을 분사, 몸집을 슬림화시키는 이른바 ‘독자생존’의 확대·발전안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할매각은 정부와 채권단으로서도 하이닉스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대안’이라는 점과 하이닉스가 채권단의 추가지원이 없이 홀로서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분할매각이 의외로 급류를 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제는 과연 국내외 여러곳에 산재한 하이닉스의 공장을 어떤 식으로 쪼개냐는 문제와 과연 이같은 분할매각으로 마이크론과의 협상에서 결정됐던 수준에 맞먹는 채권회수가 가능하느냐는 점이다. 또 하이닉스 노조와 국민여론에 부합하느냐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떻게 쪼개나=현실적으로 하이닉스를 분할매각하는 방법은 두 세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생산공장 위치에 따른 지역별 분할매각 방법과 메모리·비메모리·파운드리서비스 등 사업부문별로 매각하는 방법, 그리고 미세회로공정기술에 따른 공정별 분할매각 방법 등이 그것이다.
우선 가장 손쉬운 방법은 미국 유진공장을 마이크론에 매각하고 구미·청주·이천공장으로 쪼개 새주인을 찾아나서는 것. 특히 구미라인의 경우 국내 중소 주문형반도체(ASIC)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당초 매입의사를 밝혔던 만큼 팹리스(FAB이 없는)업체에 매각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이닉스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LCD드라이버IC(LDI)와 CMOS이미지센서 등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업체에 매각하는 방안도 한 방법이다. 최신 미세회로공정과 300㎜ 생산라인을 지을 수 있는 B1팹을 갖고 있는 청주공장은 차세대 메모리라인이 필요한 업체에, 메모리·비메모리가 혼용돼 있는 이천공장은 중국업체에 매각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사업부문별 매각방법으로는 비메모리 파운드리 부문을 동부전자·아남반도체 등 국내외 업체에 매각하거나 외자유치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이닉스 비메모리라인은 메모리 노후공정을 전환해 원가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아직도 파운드리 서비스의 50% 이상이 0.25미크론 공정에서 이뤄지는 것을 감안하면 적은 투자로도 다양한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공정부문별 매각은 중국업체들이 0.18미크론 미세회로공정을 원하고 있어 가능할 듯하지만 이천·청주·구미 등에 산재해 있어 이를 나누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점에선 0.25∼1.0미크론 이상의 노후 공정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얼마나 회수하나=어떤 방법을 택하든 분할매각시 간과해선 안될 것은 과연 매각 총대금이 얼마이며, 이로 인해 얼마만큼의 채권회수가 가능하느냐는 점이다. 특히 마이크론과의 협상과정에서 헐값매각 시비로 곤혹을 치렀던 정부와 채권단으로선 마이크론과의 조건부 MOU 체결시 기준가로 잡았던 38억달러가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하이닉스를 ‘굿컴퍼니’와 ‘배드컴퍼니’로 쪼개 팔 경우에도 마이크론 수준의 매각대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R&D인력과 지적재산권에 대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분리함으로써 무형자산에 대한 평가가 취약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영업권·미래가치·노하우 등 하이닉스의 내재가치가 저평가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분할매각은 결국 생산설비 등 유형자산만 떼어내 매각하는 효과를 불러와 전체적인 매각비용은 마이크론의 요구액 수준에 미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것. 일각에선 분야별로 쪼개 팔 경우 매수자가 늘어나 제값을 받기 쉬울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여건은 그리 녹록지가 않은 실정이다.
◇대안은=사실 분할매각이든 독자생존이든 현재로선 하이닉스 문제를 푸는 데 있어 정부와 채권단·하이닉스를 모두 만족시킬 만한 안은 없다. 매각을 강행하려는 정부 및 채권단측과 독자생존론을 펴고 있는 하이닉스간에 기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각과 독자생존을 절충한 ‘선별매각’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팔 것은 팔되, 살릴 수 있는 것은 살리자’는 얘기다. 즉 마이크론이 눈독을 들이는 미국 유진공장과 중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일부 메모리라인, 그리고 ASIC업체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구미 비메모리라인은 매각하고 남는 부문은 구조조정과 부분적 추가지원을 통해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정부와 채권단의 적극적인 협조가 전제돼야 한다. 10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문제의 매듭을 풀지 않고는 어느 것도 하이닉스 문제해결에 실마리를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정부와 채권단도 ‘무조건 매각’ ‘추가지원 없다’는 강경방침에서 한발 물러나 하이닉스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려는 다양한 시각과 방법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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