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DVR, VCR 누르고 가정오락 패권 넘본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마크 드로라는 VCR를 갖고 있으나 가장 최근에 녹화한 때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거의 쓰지 않았다.




　그는 비디오테이프 대용품을 발견하고 이를 구입했다. 홈 컴퓨터를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로 바꾼 것이다. 드로라는 VCR 대체품으로 떠오른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DVR)로 자신의 PC에 TV쇼를 녹화하거나 DVD에 구워 보존한다.




　이처럼 DVR 보급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당장 VCR가 DVR에 밀려 사라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그러나 다양한 모델의 디지털 녹화기 제품이 늘어나는 한편 공 비디오 테이프 판매량이 계속 감소하는 것을 보면 가정 오락의 왕좌로 오랫동안 군림해 온 VCR가 급격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분석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로스앤젤레스 서프라이사 산하 시장정보부의 제이 스리바차 선임분석가는 “2008년이나 2010년이면 디지털녹화기가 현재 VCR의 지배적 위치를 대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형태의 비디오녹화 기술은 3년전 실리콘밸리의 신생업체인 티보와 리플레이네트웍스에 의해 처음 선보였다. 이것이 바로 개인비디오 녹화기 PVR다. DVR로도 불리는 이 셋톱장치는 TV프로그램을 아날로그 비디오테이프가 아닌 PC 내부의 하드드라이브에 디지털 형태로 녹화시킨다.




　혁신적인 이 PVR는 처음에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브랜드와 모델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당 300달러에서 2000달러로 고가인 데다 이용자가 프로그램 가이드 서비스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기 개척기업인 티보와 리플레이가 VCR와 다른 PVR의 장점을 소비자에 적극 홍보하지 못한 점도 작용했다.




　한편 DVR의 인기와 함께 지난 97년 선보인 DVD플레이어도 잘 팔리는 가전제품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미국 가정의 25% 이상이 DVD플레이어를 구비하게 될 전망이다. DVD는 현재 약 2500만 미국 가정에 보급됐고 VCR는 9600만 가정에 보급됐다. 가전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VCR 판매대수는 1500만대로 1300만대가 팔린 DVD를 능가했다. 하지만 월별 DVD 플레이어 판매량에 있어 DVD플레이어는 지난 가을 VCR 판매량을 처음으로 앞서기도 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