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만 마크로테크놀러지 대표 smlee@macrotek.co.kr
미국이 자국내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효한 데 이어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유럽연합(EU)까지 세이프가드를 발동하면서 보호무역정책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명확하지 않은 자료를 해당 근거로 제시했을 뿐 아니라 형평성을 벗어난 대상국 선정 등 객관적이지 못한 처사로 주변국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자유경제무역주의를 주창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국중심주의이자 강대국의 논리라고밖에 볼 수 없는 미국의 경제 노하우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사건이었다. 지금까지 국내 정보보호산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보호 및 육성 정책하에 발전돼 왔다.
공공기관에 대해 정보보호시스템(보안제품)의 K4인증제를 실시하면서 외산 진입 장벽을 높였고 지난해에는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을 본격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또 정보화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정통부는 향후 몇 년간 첨단 보안기술 개발에 막중한 예산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초기 외산 일색이던 보안시장은 이제 국내 보안업체들의 완성도 높은 제품들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통합보안관리(ESM), 침입방지시스템(IPS) 등 다양한 차세대 네트워크 보안솔루션들을 선보이면서 기술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 또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이제는 민간분야에서도 보안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우호적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국내 보안산업의 전망은 밝다는 것이 최근의 견해들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보안솔루션들이 외산 제품에 비해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제품의 경쟁력이 비단 기술력뿐 아니라 시장 장악력, 브랜드 가치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빚어내는 무기라면 우리의 보안산업은 세계 수준에 비해 아직 미미하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이에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국제공통평가기준(CC: Common Criteria)이라는 보안분야 국제평가기준을 통해 또다른 형태의 강대국 논리를 펼쳐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OECD도 지난 92년 이후 10년 만에 정보보호 가이드라인 수정안을 상정하는 등 정보보호 메커니즘을 주도하기 위한 국제적 관심이 뜨겁다. 국제표준기술이라는 커다란 장벽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안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라는 이슈를 방관할 경우 우리는 본격적인 전자상거래 시대가 예고된 가운데 ‘보안’이라는 키워드를 선점당할 공산이 크다. 나아가 경제패러다임까지 장악당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우리가 철저하게 미국의 ‘자국중심주의’ 처사를 경험했듯 언제라도 강대국의 논리가 국내 정보보안시장을 노리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는 자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때다. 기술 개발 및 해외판로 개척 등 현실적 과제는 물론 국가는 일관된 정책으로 산업육성을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또 국제감각을 갖춘 정보보호 전문가를 육성해 보안산업의 질을 높이는 한편 세계 기술동향 및 정책방향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힘의 논리에 구속되지 않고 정당한 자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외교력을 갖춘 전문가야말로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사안이다. 국제 환경 흐름을 예의주시하면서 능동적이고도 적극적인 자세로 국제표준이며 제도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전문가 활동도 필요하다.
전문가 양성과 발굴을 위해 정부, 민간 할 것 없이 정보보호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우선 순위로 인식돼야 한다. 기초공사격인 인재양성을 건실히 해둘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여기에 보안업체들의 엄숙한 사명감을 보탠다면 우리의 정보보호산업은 세계 어느 강대국 못지 않게 성장 궤도에 오를 것이며 또한 기술독립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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