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이동전화단말기 산업이 대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연평균 60%에 달하던 고도성장세가 마감됐고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단말기의 수익성도 급격히 떨어졌다. 그동안 폭발적인 시장확대에 힘입어 맨손으로 CDMA 텃밭을 일궈낸 국내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이젠 국내업계도 성장세 둔화와 수익성 악화라는 악재, 해외 기업의 견제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국내업체들이 전환기를 맞아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짚어본다.
1.시장은 이미 만원, 탈출구는 어디에
우리는 지금 이동전화가입자 3000만대 시대에 살고 있다. 3명 중 2명이 이동전화단말기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단말기업체에는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도 이동전화보급률이 무려 45%를 넘어섰다. 12억 인구의 중국만 11억명이 이동전화기를 갖고 있지 못할 뿐 세계 어디에도 이젠 이동전화를 신규로 구입할 사람은 많지 않다.
9·11테러 특수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겪었던 지난해에는 이동전화단말기 사상 초유로 판매량이 줄어들었다. IDC는 지난 2000년에 4억110만대이던 세계 시장규모가 지난해에는 3.2% 감소한 3억9958만대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판매대수가 4억1100만대, 오는 2005년 6억720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세계 유수 조사기관들의 전망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젠 어느 누구도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이 단기간 내에 얼마만큼 확대될 수 있을 것인지를 자신있게 분석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단말기 수요를 창출하는 이동통신시스템 투자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세계적으로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더욱이 IDC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신규구입자보다 대체구입자가 더 많아졌다. 신규구입자는 1억9284만명에 불과한 반면 대체구입자는 2억826만명이었다. 대체구입자 비중은 해마다 늘어날 전망이다. 단말기업계의 승부는 이제 신규수요쪽이 아니라 대체수요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과 LG 등 국내업계는 물론 해외의 유수업체들도 지난해부터 기존 제품의 고기능화와 2.5세대 및 3세대 단말기 개발과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흑백 화면의 액정을 컬러화하는 한편 벨소리에 화음을 집어넣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개발하는 등 수요자들이 단말기를 새로 바꾸도록 유혹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세대단말기 시장이다.
“2세대 단말기의 대체수요는 기존 영토를 수성하는 차원입니다. 유럽과 미국 시장의 승부는 2.5세대 GPRS단말기와 3세대 IMT2000에서 판가름날 것입니다.” 삼성전자 이기태 사장과 LG전자 김종은 사장은 이구동성으로 지각변동 후의 업계 판도는 차세대 통신단말기 구도에 따라 새로 짜여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차세대 단말기 승부는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전세계적인 통신인프라 투자위축으로 GPRS나 IMT2000 서비스가 쉽사리 확대되지 않고 있다. 올해에도 위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다행히 3세대 CDMA인 IMT2000 1x나 EVDO는 한국이 가장 빠릅니다. 차세대 단말기에서도 한국이 세계 최첨단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3세대 GSM이랄 수 있는 WCDMA는 일본이 앞서 있습니다. WCDMA의 상용서비스도 하루빨리 앞당겨야 합니다.”
단말기업계 관계자들은 차세대 단말기에서도 2세대에서 일군 단말기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차세대 통신서비스 도입과 확산을 서둘러야 한다고 재삼 강조한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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