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 연구계를 움직이는 사람들>(12)반도체

 ‘한국 경제의 쌀’ 반도체산업을 일구는 데에는 미국·일본 등 선두국 경쟁업체뿐만 아니라 자기자신, 시간과의 싸움에 피나는 노력을 경주해온 연구개발 인력들의 숨은 공로가 있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64k D램 국산화, 16M D램 개발 등 국내 반도체기술의 대도약을 이뤄낸 굵직굵직한 성과 뒤에는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특허권 확보, 원가혁신을 위한 응용기술 개발, 적시(適時) 상용화를 위한 양산기술 개발 등 촌각을 다투는 기술경쟁에서 앞섰기 때문이다.

 반도체 부문의 기술 개발은 60년대 후반부터 이뤄졌다.

 초기에는 국책연구기관이 주축이 돼 해외 유학파들을 모아 반도체 연구개발에 들어갔고 70,80년대에는 금성반도체·삼성반도체 등 전문기업들이 설립되면서 기업내 연구소를 중심으로 전문인력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의 후원을 얻어 각 대학이 산업 육성과 후학 양성을 목적으로 반도체 학과와 부설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 집중적으로 인재를 양성하기 시작했고 산·학 공동 연구개발과 인력 교류가 추진되면서 반도체 전문인력과 기술 인프라가 확산됐다.

 지난 66년 국내 처음으로 바이폴러 트랜지스터 개발에 성공한 한국과학기술연구소(현 KIST)의 정만영 박사(76·은퇴)는 반도체 연구개발의 시조격인 인물이다. 70년 들어 한국과학기술연구소에 함께 근무했던 민석기 박사(64·현 고려대 교수)는 실리콘 적층기술을 개발, 내놓았고 김종국 박사는 발광다이오드(LED)를 처음 개발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반도체 연구는 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전신이자 국내 최초의 반도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기술연구소(KIET)가 설립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집적회로 연구를 시작한 김만진 박사(66)를 비롯, 8비트 마이크로컴퓨터와 32k롬 및 64k롬을 개발한 이종덕 박사(58·현 서울대 교수) 등이 반도체 개발의 근간이 되는 기술 연구에 매진했다.

 이처럼 초기 반도체 연구개발에 몸담았던 초창기 인물들은 대부분 현직에서 은퇴,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현재 기업 및 대학에 포진해 있는 반도체 연구인력은 2000년 말부터 시작된 사상 초유의 반도체시장 급락에 맞서 전력을 가다듬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로 반도체 수출 강국 한국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연구개발을 이끌고 있는 이문용 연구소장(50·부사장)은 한국의 D램 신화를 일궈낸 입지전적인 인물. 지난 89년 16M D램 개발을 필두로 92년 64M, 94년 256M D램 등 기술혁신의 최선봉에서 굵직굵직한 성과물들을 내놓았다.

 물론 이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원들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긴 하지만 탁월한 리더십과 기술에 대한 안목과 이해도로 삼성반도체의 심장부인 반도체 연구소를 세계 최강의 연구소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와 한국과학원을 거쳐 오하이오 주립대 재료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 연구소장은 그동안의 공적으로 삼성그룹 기술대상, 대표이사 표창 등은 물론 지난 2000년에는 최우수 기업연구소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설계실장을 맡고 있는 조수인 전무(47)는 86년 1M D램 개발당시 설계팀장을 맡은 핵심 기술인력. 이후 16M, 256M 개발에서도 설계팀장을 맡아 연구개발을 직접 이끌어 왔다.

 79년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각종 D램 연구개발 프로젝트마다 진두지휘를 맡아온 조 전무는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대 전자과 출신인 조 전무는 86년 1M D램 개발로 그룹기술대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각종 연구개발마다 혁혁한 공로를 세워 포상을 받았고 92년에는 수출에 일익을 담당한 공로로 상공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포스트 D램 시대를 대비해 삼성전자의 미래를 준비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대표적인 연구인력으로는 시스템LSI사업부 시스템온칩(SoC)연구소 이윤태 상무(42)를 꼽을 수 있다.

 무선통신 부문의 SoC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이 상무는 85년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비메모리 부문의 연구개발을 몸소 추진해 왔다. 산업용·통신용 집적회로(IC)를 시작으로 93년에는 32비트 명령축약형(RISC) 방식의 마이크로프로세서(MPU)를 개발하고 각종 비메모리 반도체에 들어가는 원천기술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디지털 이미지 디바이스 SoC와 HDD 및 CD RW 등 스토리지용 SoC, 개인휴대단말기(PDA)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SoC 등 시스템LSI 전략제품들은 모두 이 상무의 손을 거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이 상무는 이동전화단말기 핵심부품 국산화라는 소명을 갖고 2.5세대 및 3세대 베이스밴드 모뎀칩과 응용 프로세서를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개발 2팀장을 맡고 있는 김진태 상무(49)는 최근 비메모리 반도체 수출 효자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디스플레이용 드라이버칩(IC) 개발의 대가다.

 98년 SVGA급 TFT LCD 패널용 드라이버칩을 개발한데 이어 흑백 STN LCD용 칩도 내놓았으며 세계 처음으로 RSDS 기술을 적용한 SXGA·UXGA급 고속 인터페이스 내장 드라이버칩을 개발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동전화단말기에 적용되는 6만5000 컬러 원칩 STN LCD 드라이버칩을 선보였으며 현재는 26만 컬러의 TFT LCD용 칩을 개발 중이다.

 하이닉스반도체 메모리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오춘식 전무(45)는 88년 256k D램을 개발하고 90년에는 1M D램을 개발하는데 성공, 하이닉스를 세계적인 반도체 전문업체로 성장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92년에는 직접 생산현장에서 4M 및 16M 양산기술을 개발, 현재 하이닉스 공정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익을 담당했다. 오 전무는 양산의 실무경험을 가진 최초의 연구소장으로 양산을 기반한 실질적인 기술개발에서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9년에는 생산기술센터장을 맡아 LG반도체와의 통합작업을 이끌기도 했다.

 현재 오 전무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생존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력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기존 스테퍼장비의 성능향상을 통해 0.18미크론의 공정기술을 0.15미크론급으로 미세화한 ‘블루칩’ 기술을 개발, 생산성을 1.7배 이상 향상시켰다. 또 0.13미크론까지 미세화할 수 있는 ‘프라임칩’ 기술을 개발해 저비용 고효율의 생산시스템을 갖추게 한 장본인이다.

 비메모리 부문인 시스템IC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대훈 상무(48)는 1M D램에서 1기가비트 D램에 이르기까지 D램 개발을 주도했지만 98년 선행기술연구소장을 맡으면서 비메모리 분야로 자리를 옮겼다.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S) 이미지 센서 기술은 물론 0.25미크론에서 0.13미크론의 로직기술을 직접 개발했으며 구리공정기술 연구 등을 통해 시스템IC 연구개발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아남반도체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황정모 전무(49)는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정을 개발하는 전문가다. 통신 신호처리용 소자, 멀티미디어용 소자 등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복합 소자 양산을 위해 0.18미크론급 미세공정기술을 개발했고 현재는 시스템온칩을 양산하기 위한 기반기술인 내장형 플래시 및 Bi-CMOS 기술 개발에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0.15미크론 및 0.13미크론 표준 로직 공정 개발도 그의 몫이다.

 이처럼 기업 연구인력 이외에 반도체 선행 및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몫은 국책연구기관이 여전히 맡고 있다.

 ETRI의 RF CMOS 국가지정연구실을 맡고 있는 유현규 박사(45)는 국내 고주파(RF) 연구계의 핵심인물이다. 무선통신서비스를 위해서는 주파수 처리 기술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정부에서도 국책과제로 삼아 이를 중점 육성하고 있으며 특히 CMOS 공정을 기반으로 한 RF 기술은 차세대 핵심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83년 ETRI에 입사해 RF 아날로그 집적회로 설계팀장을 맡기도 한 유 박사는 99년 900㎒ 대역 CDMA 셀룰러용 RF CMOS 집적회로를 개발했고 세계 처음으로 시험통화에도 성공했으며 1.8㎓ 대역 PCS폰용 제품도 개발했다. 현재는 비동기식(W-CDMA) IMT 2000의 직접변환방식 CMOS 통합칩을 개발 중이며 무선랜(802.11b)용 고속 주파수 합성기 개발도 그의 몫이다.

 김해천 ETRI 무선통신IC 개발팀장(44)은 화합물 반도체 전문가다.

 84년 LG전자 중앙연구소에서 박막재료를 개발한 김 팀장은 93년 ETRI에 입사해 갈륨비소(GaAs) 전력소자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동전화단말기용 MESFET 전력소자와 PHEMT 전력소자를 개발, 삼성전자·나리지온 등 산업체에 기술을 전수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최근에는 MESFET 라이브러리를 활용한 고주파집적회로(MMIC)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본지 4월 3일자 6면 ‘전자정보통신 연구계를 움직이는 사람들-반도체’이라는 제하의 사진 기사 중 이윤태 삼성전자 SoC연구소장을 모바일솔루션PTJ팀장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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