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정기주총에서 불거진 소액주주들의 집단 반발로 금명간 이사회를 열어 매각협상 중단과 임시주총 소집에 대한 긴급 안건을 처리키로 하면서 마이크론과의 협상에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하이닉스 노조도 이에 앞서 매각반대, 독자생존의 입장을 밝히면서 협상 전반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소액주주들의 반발은 주총에서 표대결로 갈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법적 구속력을 갖기 어려워 협상 자체를 좌지우지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업계 관측통들은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공식화된 만큼 이들이 세를 결집한다면 매수청구권행사도 가능, 채권단은 소액주주들을 달랠 대안을 만들든지 출자전환을 통해 반발을 원천봉쇄하든지 양단간 결정해야할 위기에 몰렸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조건이 맞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는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매각 협상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반대 안건 통과될까=박종섭 사장은 이번 주총에서 표결에 부치지 않는 대신 소액주주들이 긴급 안건으로 들고 나온 △매각협상 중단과 독자생존방안 마련, 법인 분할 및 신설 법인 설립 금지(3안) △5월말 이내에 임시주총 소집(4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이사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총 자체가 지속되기 어려울 만큼 난상토론이 벌어진 상황에서 박 사장이 소액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내놓은 묘약이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밝힌 주주들과의 약속인 만큼 이사회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이사회를 통해 임시주총이 소집되더라도 3안의 안건이 표결을 통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시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려면 전체 발행주식인 10억1100만주의 3분1 이상이 참석해야 하고 참석주식수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하는 두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물론 현재 소액주주의 지분이 현대상선, 현대중공업 등 현대그룹주(9.3%)를 제외하고 90%를 넘는 수준이어서 논리상 매각반대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의결 주식수를 실제로 모으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28일 열린 정기주총에서도 모집된 주식수는 전체의 55.9%인 5억6000만주로 소액주주들은 980만주 모집에 머물렀던 것으로 집계됐다.
◇채권단의 반응과 고민=채권단은 이같은 반발에 대비해 이미 다각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매각에 별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2일 임시주총을 통해 2조9930억원을 지난 7일부터 3100원에 출자 전환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출자전환을 통해 9억6500만주를 확보, 지분 48%를 가진 대주주가 될 수 있다. 또 오는 5월부터는 시가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2000원대에 못미치는 하이닉스 주가를 고려할 때 채권단은 70%에 육박하는 지분을 가져가 소액주주들에게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채권단은 출자전환을 실시하게 되면 부채비율이 줄어들어 마이크론으로부터 받게 될 매각대금 분배에서 우선 순위가 밀려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아직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향후 전망=소액주주들은 일단 임시주총 소집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 매각저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한 매각안이 통과되더라도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카드를 들고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증권분석가들은 소액주주 모두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19억달러(2조5000억원)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있다. 이렇게 되면 채권단은 매각대금 38억달러 중 유진공장 부채 10억달러와 매수청구권 소요비용을 제외하고 남는 돈이 없게 돼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이에 따라 채권단 주변에서는 물적 분할 등을 포함해 소액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법적 방안을 강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다.
앞으로 하이닉스 매각협상은 매각하려는 채권단과 이를 막으려는 소액주주들의 한판 전쟁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메모리부문 매각 이후 채권단이 남는 회사의 부채를 추가로 탕감하고 신규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한편, 소액주주들도 이에 맞춰 일정부문의 희생을 감수하는 방향으로 절충점을 찾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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