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애니메이션의 진가를 보여준다.’
올해로 26회째를 맞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애니메이션 전문 행사인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국산 애니메이션들이 대거 본선에 진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순수 국산 창작과 기획력으로 제작된 이들 작품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한 단계 올려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선에 올라간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이성강 감독의 ‘마리이야기’.
국산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 작품은 98년에 기획돼 장장 3년간 제작됐다.
국산 애니메이션의 기대주인 이성강 감독이 연출을 맡고 클래식 기타의 권위자인 이병우가 음악을 책임졌다. 특히 안성기, 이병헌, 배종옥, 나문희 등 한국 은막을 대표하는 연기자들이 성우로 출연해 작품의 무게를 더했다.
‘마리이야기’는 열두살 소년 남우가 베일에 쌓여 있는 신비의 소녀 마리를 만나면서 성장해 간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비록 스토리는 평이하지만 어린 소년의 맑고 깨끗한 눈을 통해 보여지는 세상이 어른들에게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한다.
특히 한편의 풍경화를 보는 듯한 파스텔톤의 그래픽은 이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 작품은 채색, 캐릭터, 원화, 동화 등 모든 그래픽을 컴퓨터로 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딱딱함을 전혀 느낄 수 없도록 했다.
비경쟁 파노라마부문 본선에 진출한 임아론 감독의 ‘엔젤’도 주목을 받는 작품이다.
최근 일본에서 개최된 ‘디지털콘텐츠 그랑프리’에서 당당히 우수상을 거머쥔 이 작품은 꿈을 이루는데는 장애물이 존재하며 이 장애물을 극복한다면 꿈을 달성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윙’이라는 주인공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5분여의 단편이지만 시청자들에게 이런 진리를 전달하기 위해 주인공 캐릭터의 표정과 움직임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지만 그것으로 인해 이 세상에 살아갈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엔젤’과 함께 비경쟁 파노라마부문 본선에 올라간 ‘요요지가’는 최근 어린 학생들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왕따 현상과 과당경쟁에 따른 위압감 문제를 담았다. 중학교 1학년생인 주인공은 남들보다 생각이 조숙했으며 이것이 다른 급우들과 어울리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그는 주변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층 아파트 옥상으로 피신하게 되지만 이곳에서도 자유를 느끼지 못하고 결국은 자신만의 세계로 뛰어든다는 내용이다.
경쟁부문에 진출한 김경숙 감독의 ‘흰떡갈나무이야기’도 독특한 소재로 호평을 받고 있다. 자연과 인간은 공존해야 하며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연도 영혼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흰떡갈나무를 통해 전달했다.
‘흰떡갈나무이야기’는 흰떡갈나무들이 어느날 갑자기 마구 떨기 시작했으며 이것이 도로를 내기 위해 나무를 베고 있는 벌목꾼들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이 도로공사를 막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다가 결국 자신을 희생한다는 내용이다. 자연에 영혼을 불어 넣는 동시에 자연을 지키고 보호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함께 제시했다.
오는 6월3일부터 6일간 프랑스 안시에서 열리는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그동안 본선 진출에 만족해 왔던 토종 애니들이 이번에는 어떤 결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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