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하이닉스 인수하더라도 한국 300㎜ 팹 투자 희박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하이닉스반도체의 메모리부문을 인수하더라도 한국에 300㎜ 일관생산라인(FAB:팹)을 건설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이번 매각협상을 금융논리가 아닌 산업논리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300㎜ 설비투자 예정지를 자사 유타주 레히 공장과 최근 도시바로부터 인수한 도미니온 공장으로 한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 메모리부문 매각협상시 300㎜ 투자에 대한 약속을 받지 못한다면 국내 관련산업은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마이크론은 지난주 2분기(2001년 12월∼2002년 2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일본 도시바로부터 매입한 버지니아 매나사 소재 도미니온 반도체공장을 300㎜ 웨이퍼 양산라인을 갖춘 공장으로 전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투자자금의 여유가 없는 마이크론이 투자 1순위인 유타주 레히 공장에 이어 도미니온 공장에 300㎜ 팹 투자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향후 하이닉스 메모리 공장 인수 후 한국에 300㎜ 팹 투자가능성은 매우 희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만일 내년까지 하이닉스 메모리 공장에 300㎜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경쟁력 유지가 어려워 불경기 도래시 공장폐쇄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국내 반도체장비업계가 기술개발 및 시장개척을 위해 공조할 수 있는 국내 반도체업체는 삼성전자 한곳으로 제한돼 국내 반도체장비산업은 퇴보를 거듭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 국내 130여개 반도체장비업체가 미국이나 일본의 장비업체들과 경쟁하려면 3개 이상의 대형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와 연구개발부문에서 공조해야 하지만 LG반도체가 하이닉스로 합병된 후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는 실정이다.

 관련업계는 마이크론이 2001년 기준으로 전세계 공급물량의 14% 이상을 담당하는 하이닉스 메모리 공장을 인수한 후 이를 가격안정 및 인상을 위한 수급조절장치로 활용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폐쇄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주장대로 공장 해외매각이 아닌 외자유치의 효과를 거두려면 300㎜ 팹 투자에 대한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마이크론은 미국과 한국에 300㎜ 팹 투자를 동시에 실시할 만큼의 재정적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마이크론은 12월과 1, 2월에 약 400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이는 지난 1, 2월에 1100억원의 영업이익과 소폭의 경상이익을 실현한 하이닉스보다도 가격경쟁력면에서 열세에 있다. 또 마이크론은 올해 설비투자에 10억달러를 편성했지만 이의 대부분이 300㎜ 투자보다는 기존 200㎜ 설비의 업그레이드에 쓰여질 전망이고 300㎜ 양산에 최소한 20억달러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이후에도 한곳 이상의 공장에 300㎜ 양산설비를 갖추는 것은 무리다.

 특히 하이닉스 메모리부문 인수조건으로 채권단에 요청한 15억달러 역시 주로 미세공정 업그레이드에 사용될 예정이어서 300㎜에 투자하려면 최초 차입금 이상의 금액을 차입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진념 부총리의 말대로 정부가 하이닉스 매각을 ‘외자유치’로 간주한다면 하이닉스 메모리 공장이 매각 후에도 세계 3위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산업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번 매각협상을 채권 신속회수의 금융논리가 아닌 국내 메모리 관련산업 전체를 보호할 수 있는 산업논리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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