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음란·퇴폐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물론 어제 오늘의 얘기도 아니고 특별히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러나 최근들어 음란물의 수위나 유통경로가 다양해지면서 그 심각성이 날로 높아지면서 제2, 3의 범죄를 유발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사행성 콘텐츠가 대량으로 유포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더욱이 온라인을 통한 ‘도박’은 게임이라는 양의 탈을 쓰고 30∼40대의 장년은 물론 자라나는 청소년을 사행성의 덧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음란·퇴폐·사행물을 총칭하는 불건전정보들이 가정까지 퍼지면서 사회 전체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음란·퇴폐물 유통경로 다양화=사이버세상을 통해 유포되고 있는 불건전정보의 규모나 피해정도를 정확히 알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수년전부터 불건전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정부기관조차도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불건전정보가 유통되는 경로를 찾아내 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대량확대를 막고 있다.
음란·퇴폐물의 최대 유통경로는 여전히 인터넷이다. 특히 초고속인터넷과 PC방이 가정과 지방으로 확산되면서 갈수록 위세가 등등해지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한 음란·퇴폐물의 유통방식이 예년과 다른 양태를 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음란 성인사이트를 중심으로 확산돼 왔으나 지난해 많은 음란사이트들이 유료화로 전환되면서 인터넷의 음란물 확산주범이 ‘무료 게시판’으로 바뀌고 있다. 인터넷업체가 제공하는 무료 사이트를 통해 개인이 음란물 게시판을 운영하면서 각종 음란물이 유통되고 있다.
인터넷서비스 업체들은 자체적인 검열을 통해 지속적으로 음란성 게시판을 삭제하고 있으나 하루에도 몇십개씩 생겨나고 있어 사실상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태다.
또 다른 골칫거리는 음란 스팸메일. 이미 사회문제로 부각된 스팸메일의 80% 이상이 음란사이트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무선화가 진전되면서 휴대폰을 이용한 무선인터넷도 음란물로 물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국내법망을 피해 미국와 일본, 태국 등 외국에 서버를 설치, 교포와 국내 네티즌을 대상으로 현지 여성이나 교포여성을 출연시키는 저질 음란물을 제공하는 ‘해외파’도 점차 늘어나고 있으나 현재로는 이를 막을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태다.
◇위험수위 넘어 범죄로 이어져=몇년전만 해도 야한 그림이 고작이었던 음란콘텐츠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몰래 카메라 동영상’이 대량으로 수입되면서 변태 성행위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외국에서 국내 네티즌을 상대로 서비스하는 성인 인터넷방송 중에는 일명 ‘하드코어’물까지 버젓이 방영하고 있다. 특히 일부 성인비디오물이 실제 성행위장면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제 체모노출 금지라는 ‘커트라인’이 무너졌다.
한국산 음란물의 수준도 외산에 뒤지지 않는다. 일부 연예인의 몰래카메라 사건이후 국산 음란물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윤락여성을 출연시킨 불법 음란물이 양산되고 있으며 일반인의 성애장면 등을 몰래 촬영해 인터넷으로 유포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다.
음란영상채팅 사이트들이 늘어나면서 자신의 성기를 직접 노출하거나 스스로 성행위장면이나 노출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한 ‘셀프카메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스스로를 여대생으로 소개한 한 여성이 자신의 나신과 성행위장면을 보여주는 개인 사이트를 운영해 네티즌의 폭주로 한때 서버가 마비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특히 음란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반인을 유혹하거나 납치해 강제로 음란물을 촬영하는 새로운 ‘성범죄’도 생기고 있다.
◇인터넷은 온라인 도박장=사행성 도박사이트의 등장으로 불건전정보에 대한 영향이 이제 10∼20대에서 그치지 않고 30∼40대에까지 미치고 있다. 특히 인터넷도박은 엘리트층이 맥을 못추고 빠져드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월 서울 중부경찰서는 외국에 개설된 인터넷도박 사이트에서 신용카드로 자금을 결제해온 2578명을 적발한 결과 이 중 상당수가 대학교수, 사립학교 이사장 등 사회적 지위가 높고 부유한 소위 엘리트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억원에 달하는 판돈을 소비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카지노업체인 강원랜드가 운영중인 ‘한국도박중독센터’가 지난해 9월 이후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도박관련 상담의 80%가 30∼40대로 나타났으며 앞으로 이들이 인터넷도박 사이트의 잠재적 수요층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돼 그 심각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보통신부 정보보호이용과 라봉하 과장은 “불건전정보의 급속한 양적 확대로 이제 물리적으로 막는 것은 한계에 달해 개인의 윤리의식 개선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음란·퇴폐·사행물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는 데 계속 주력하는 한편 이런 불건전정보를 생산하는 업자들은 엄벌에 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기고>
온라인상의 일탈행위 방지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역할
유호경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심의조정실장(hkyou@icec.or.kr)
지금 사이버상에서 일탈방지는 뜨거운 과제다.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음란물과 같은 고전적인 유해정보로부터 음란영상채팅, 스팸메일에 이르는 불건전정보 유통이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방지하는 방법은 간단하지 않다. 종류의 형태가 다양할 뿐 아니라 사이버공간의 특성상 발생장소를 중앙에서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호해야 하는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때문에 한두가지 방법이 ‘묘약’이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사이버상 일탈을 방지하기 위해 현실적이고 다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심의기능 외에 인터넷 내용등급서비스, 교육과 홍보, 시민단체와 협력, 사업자 자율정화지원 등이 큰 줄기다. 심의는 현재 가장 유용한 틀이라 할 수 있다.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지난 92년부터 국내 온라인정보 건전화에 크게 기여해오고 있다. 지난해만 2만5000여건을 심의조치 한 바 있다.
인터넷 내용등급서비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술적인 자율규제에 해당하는 이 서비스는 강제력이 전혀 없다. 정보제공자가 자기 정보에 스스로 등급표시를 하고 이용자는 적절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정보제공자와 이용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현재로는 그것이 크게 부족해 해외 불건전정보만을 제3자 등급 형태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 제도가 정착되려면 이해당사자의 관심과 참여가 있어야 한다.
사업자의 자율심의도 있다. 사업자단체에서 자율정화를 시행하도록 하는 것으로 700번 전화정보, 성인인터넷방송, 성인만화 분야에서 관련단체를 통해 자율심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위원회에서는 완전한 자율규제의 한 모형인 이들의 자율심의를 존중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자의 활동은 아주 바람직한 것으로, 타 부문에서도 사업자 자율심의가 추진될 경우 지원을 계속할 방침이다.
자율규제는 사회적 환경과 제반 여건이 성숙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아직까지 자율규제가 정착될 정도로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따라서 점진적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다.
사이버공간의 불건전행위를 방지함에 있어 직접규제 이외에 필요한 부문 중 하나는 시민감시 역할이다. 시민이 감시하고 개선하도록 하는 압력은 효력도 상당히 크다. 우리 위원회에서는 지난해 38개 시민단체와 협력해 감시기구인 ‘안전넷’을 출범시켰으며 앞으로 기대가 크다. 시민단체의 사이버공간 감시활동은 이제부터 시작이나 다름없다. 앞으로 더 많은 참여가 요구된다.
사이버공간을 올바르게 이용하도록 하기 위해 교육과 홍보의 역할도 무척 중요하다. 계도하고 일깨워줌으로 해서 일탈행위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정보통신윤리교재 개발 및 보급, 교육실시, 네티켓 준수 캠페인 등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사실 우리 위원회에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온라인을 통한 불건전정보 유통을 근절하기는 어렵다. 단지 그것을 가능한 한 줄이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이버공간의 주인인 이용자들이 스스로 사회적 규범 및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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