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학 IT 커리큘럼 논쟁

 본지가 지난 18일 주요 대학 교과과정의 문제점을 지적 한 ‘고급인력 양성 헛바퀴’라는 제하의 기사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사가 나간 이후 개인적으로 받은 e메일만 30여통에 달했고 내용 역시 단순한 코멘트 수준이 아니라 길게는 A4 수십장 분량에서 짧게는 한장 정도까지 설득력 있는 주장이 많아 기자를 놀라게 했다. 정통부와 교육부 관계자도 쉬지 않고 전화를 걸어 취재 배경부터 지금 취재중인 내용, 앞으로의 기사 계획까지 귀찮을 정도로 캐물어 당황하게 했다. 독자들의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대학 IT 커리큘럼의 문제는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이제는 구체적인 대안을 짚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하나는 대학이 지나치게 산업계 입장에 서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즉 대학은 학문을 수양하는 곳이지 직업인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라는 견해다. 이 때문에 지금의 시장이나 기술 트렌드, 산업계 요구에 맞게 교과과정을 맞추기보다는 기초 학문이나 기초 기술 습득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들 두 가지 주장은 모두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본지가 이번 기사를 취재하면서 봉착했던 딜레마도 대동소이하다. 분명 대학 커리큘럼의 변화가 필요한 데 어디부터 시작해 어디까지 손을 보아야 할 것인가, 또 보수적으로 소문난 대학의 상황을 고려할 때 단순한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을까라는 우려감도 없지 않았다.

 어찌됐든 독자들의 이같은 뜨거운 반응은 그만큼 대학 IT교육이 잘못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방증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IT강국’ ‘초고속 인터넷 강대국’ 등 화려한 수식어에 둘러싸여 몇 년 동안을 정신없이 보냈다. 하지만 정작 IT강국의 경쟁력인 인재 양성과 관련해서는 제자리 걸음이었다. 기껏해야 전문학원을 육성해 노인·주부 등으로 인터넷 계층을 확산하자는 정책 입안이 전부였다. 실질적인 고급인력의 산실인 대학과 대학원에 대해서는 원칙론에 그친 경우가 태반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대학은 졸업장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쓸 만한 인력을 양성하는 데 대학이 앞장서야 한다. 그 첫걸음이 바로 커리큘럼의 과감한 변화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보가전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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