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기협중앙회·벤처기업협회·여성벤처기업협회·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다산벤처가 후원하는 제32회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 숭실대 교수)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벤처기업협회 회의실에서 ‘벤처기업의 성공적인 해외 투자유치 전략’이란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벤처기업의 해외 투자유치 관련 전문가들과 정부부처·지원기관 관계자들이 참석, 벤처기업의 해외 투자유치의 실효성 및 올바른 접근 방식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편집자
△참석자=고정석 일신창업투자 사장, 구경숙 케마 사장, 김경선 옴니텔 사장, 김현덕 KOTRA 시장전략팀 부장, 이성동 엔리서치 사장, 이은범 중소기업청 벤처진흥과장, 이태식 디지털스트림테크놀로지 사장, 이태용 인터베스트 사장(가나다순)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숭실대 교수)
△장소=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벤처기업협회 회의실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숭실대 교수)=회복기에 접어든 벤처산업의 새로운 화두는 해외진출입니다.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에서 벗어나려는 벤처기업들의 새로운 성장전략 중 하나로 해외 투자유치가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관심과 시도에 비해 아직 구체적인 방법과 가능성 등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일신창투의 고정석 사장께서 벤처기업들의 해외 투자유치 전략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고정석(일신창업투자 사장)=투자유치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해외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합니다. 투자유치를 받으려는 국가 혹은 기업, 기금 등에 대한 이해와 투자전략을 간파해야 합니다.
현재 해외 자본시장 특히, 가장 규모가 큰 미국 자본시장은 전면 중단했던 투자를 조금씩 풀고 있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아시아 시장에 대한 투자는 전면 보류상태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특히 IBM·GM 등은 아시아,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에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긍정적인 것은 미국을 위시한 해외 자본이 한국이나 일본시장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호주·싱가포르 등 한국시장에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벤처캐피털이나 벤처기업들 모두가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현덕(KOTRA 시장전략팀 부장)=벤처기업의 해외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현지화를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를 위해 외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현지법인 설립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투자자들이 현지에서 그 회사를 보고 실체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현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루트와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합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1인당 한달에만 100건 이상의 투자제안서를 받는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서 선택받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과 효과적인 루트를 통해 접근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태식(디지털스트림테크놀로지 사장)=경험상 가장 기본적인 사업계획서 작성이 제일 어렵습니다. 국내 투자유치 과정에서 만든 국문 사업계획서와 해외 투자유치를 위한 영문 사업계획서는 전혀 달랐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제대로된 미국식 사업계획서를 만드는 데만 8개월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또 해외 투자유치에 기업의 사활을 거는 것은 경계해야 할 대목입니다.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성공확률도 국내보다 크게 낮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해외 투자유치와 함께 국내 투자유치를 병행해야 합니다. 실제 투자유치가 막판까지 진행되다가 9·11 테러 후 중단,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이와 함께 현지화 전략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현지 법인을 만들어 접근하는 방식은 비용적인 측면에서 위험이 너무 많습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센터에 들어가서 경험을 갖고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태용(인터베스트 사장)=벤처캐피털이 펀딩하는 것은 벤처기업들이 펀딩하는 것보다 100배는 어렵습니다. 기업들의 경우 자신의 기술, 제품 등 남들과 차별화된 것을 보여줄 수 있지만 벤처캐피털들의 경우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벤처기업들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벤처기업의 경우 수많은 사업 영역이 존재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때문에 얼마나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잘 표현할 수 있느냐가 투자유치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 국내외 경쟁사가 어떤 회사가 있고 자신은 이중 어느 수준에 있느냐 정도는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성동(엔리서치 사장)=지난 한해 100만∼700만달러 규모의 6개 해외 투자유치건을 성공시켰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많이 느낀 문제점은 비전문가들이 전문가 행세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벤처기업 스스로가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출 30억원짜리 회사가 500억원, 1000억원의 가치평가를 원하거나 머리속에만 있는 사업계획을 가지고 상상속의 매출을 만들어내는 기업이 부지기수입니다. 이런 기업들의 경우 백이면 백, 투자유치에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투자자들의 한국 벤처기업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100개 검토기업 중 투자로 이어지는 기업은 1∼2개에 불과합니다. 때문에 국내 투자유치를 병행하지 않으면 망할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엔리서치도 지난해 280개 검토기업 중 불과 6개밖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정확한 자기 분석과 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하지 못하는 기업은 투자유치는 물론 기업 경영 자체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김경선(옴니텔 사장)=현지화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벤처기업의 입장에서 현지화 작업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벤처기업의 규모상, 현지화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돈을 받기 위해 돈을 써야한다는 아이러니가 현지화 전략에 존재하는 맹점입니다.
결국 벤처기업에 있어 외국 투자유치 자체 즉, 돈이 목적이 돼서는 안됩니다.
옴니텔의 경우 스미토모 상사로부터의 투자유치를 통해 자금 확보 보다는 해외 진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를 구했다는데 의의를 뒀습니다.
그 결과 스미토모상사의 네트워크를 통해 현재 중국·일본·몽골 등 활발한 해외 진출을 이뤄가고 있습니다. 벤처기업의 입장에서 투자유치의 관점을 다르게 생각해야 하는 측면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구경숙(케마 사장)=공감합니다. 케마도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전략적 파트너로 삼을 수 있는 대상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투자유치 성공을 통해 자금 확보는 물론 튼튼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게 오히려 더 큰 성과입니다. 물론 현지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상품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케마의 사업 특성에 맞는 투자자를 물색, 투자유치에 나선 것이 성공적인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요인입니다.
◇이은범(중기청 벤처진흥과장)=벤처기업의 투자유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해외 시장 진출입니다. 때문에 해외 진출 프로그램과 투자유치를 연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내 기업에 대한 기술력에 대한 인정이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정부도 이같은 점을 감안, 정책을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고정석=현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만나는 사람의 투자특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투자펀드의 투자지역이나 기업단계별 등의 특성을 파악한 뒤 접근해야 합니다.
투자유인을 위해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게 한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지만 무조건적 진출은 전혀 효과를 거둘 수 없습니다. 특히 미국 펀드의 경우 굉장히 전문화되어 있습니다. 어떤 카테고리, 어느 지역에 투자한다는 식의 원칙이 정해져 있는 게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우리와 문화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일본·홍콩·싱가포르 등 가능성이 있는 곳을 집중 공략하는 데서 출발하는게 현명한 투자유치 전략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사회=벤처캐피털을 통한 2단계 투자유치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국내 벤처캐피털중에서 단독으로 해외 자본을 유치, 운영할 수 있는 곳은 20∼30개사에 불과한 게 현실입니다. 결국 현실적으로 벤처캐피털을 통한 투자유치도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벤처캐피털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일정부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해외 펀드 유치도 초기에 정부가 나서고 나중에 벤처캐피털들이 나서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초기에 정부가 돈을 출자할테니 해외에서 자금을 끌어와라는 식의 경쟁의 붙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성동=같은 생각입니다. 국내 벤처캐피털들의 해외 펀드레이징 경쟁력도 많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해외 자본이 한국 정부자금이 탐나서 끌어들이는 형태가 아니라면 한국 투자만을 목적으로한 펀드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입니다.
◇구경숙=효율적 시스템이 아무리 잘 마련되더라도 벤처기업의 해외 투자유치는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결국 명확한 목적 의식이 전제되지 않는한 기회비용에 합당한 효과를 거둘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해외 투자유치를 준비하는 벤처기업들은 자본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또 투자유치를 돕는 정부나 다른 기관들은 벤처기업들의 시행 착오를 줄이기 위한 지침서를 만드는 등 현실적인 접근방법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정리=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박근태기자 runr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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