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R `실마리` VCR `미궁에`

 최근 연이어 강력사건이 발생하는 가운데 보안장치에 따라 관련 수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보안장치가 없는 사건 현장은 수사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미궁에 빠졌으며 테이프 방식의 VTR를 보안장치로 사용한 금융기관의 경우 화질저하와 녹화불량 등으로 용의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를 설치한 금융기관은 정확한 영상을 이용해 용의자 범위를 좁혀나가는 등 수사에 활기를 띄고 있다.

 지난해 말 발생한 대전 국민은행 지하주차장 권총살인강도사건 현장에는 경비원은 고사하고 폐쇄회로카메라(CCTV) 하나 없었다. 이 사건은 발생 석 달이 가깝도록 수사의 진전이 없는 상태다.

 1월 18일 도심공항터미널 여권도난사건 현장에는 테이프 녹화방식의 CCTV가 있었지만 녹화된 화면의 영상이 흐려 용의자로 예상되는 동남아 남성 3인의 몽타주 작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13일 전북 군산 농협의 총기강도사건은 아예 테이프 방식의 VTR가 작동되지 않아 범행장면을 찍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이에 비해 이달 9일 DVR가 설치돼 있는 서울 한빛은행 중랑교 지점의 총기강도사건은 사건 현장의 녹화 화면<사진> 품질이 뛰어나 수사에 활기를 띄고 있다. 이미 화면을 본 은행 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중랑구 인근에 연고지를 가진 군 특수부대 출신자로 용의자를 좁혔으며 이를 기반으로 몽타주 작성을 마쳤다.

 특히 최근 용의자들이 사건발생 전에 현장을 답사했다는 증언이 확보되면서 군경합동수사반은 지난 1달 동안의 DVR 녹화 영상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한빛은행 중랑교 지점에는 포스데이타의 DVR인 ’포스와치’가 설치돼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군경합동수사반의 한 관계자는 “일반 테이프에 비해 DVR 영상은 화질이 좋고 확대해도 그 화질이 유지되는 특징이 있어 용의자들이 복면을 착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왼손잡이나 신장 등의 특징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또 “VTR보다 검색속도가 40∼50배 빠르고 복사해도 화질이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1개월 분량의 녹화된 영상을 분석하는데 과거보다 시간을 상당히 단축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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