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경의 독서일기>나는 내가 아니다-패트릭 엘렌 지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죽음은 언제나 가까이 있다는 것이니, 중요한 것은 그것을 피할 수 있는가 없는가가 아니라, 내가 죽기 전에 나 자신의 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네… 만약 사람이 무엇보다 대의의 노예, 다시말해 인민의 대의, 정의의 대의, 해방의 대의를 위한 노예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지구상에서 쓸모 없는 인간인 것이네.”

 메모: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섬에서 태어나 알제리민족해방전선(FLN)을 위해 일했던 프란츠 파농이 죽기 얼마 전, 병석에서 친구에게 보낸 편지내용 중 일부다. 적어도 그가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자신 누구보다도 자신의 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새삼 부러운 것도 그가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삶을 위해 노력했으며,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라는 나름대로의 대의(大義)를 분명히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솔직히 우리 중에 이상과 포부를 지니고 일평생 그 실현을 위해 살아가는 자가 얼마나 되는가.

 그러나 삶은 추구해야 할 무언가를 갖고 있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자신의 생명력을 쏟아부을 수 있는 그 무엇. 물론 그것은 굳이 거창하고 추상적인 이념일 필요는 없다. 에머슨이 자신의 시에서 노래한 ‘내가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는 말에 동의한다면 말이다. 우리로 인해 우리 피붙이나 동료, 이웃의 누군가가 행복해지고 따뜻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다면 그것은 결코 헛된 삶이 아니다.

 스쳐 지나치기 쉬운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러한 것에 귀기울이며, 단 한 사람일지라도 지켜주고 세워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는 그것 또는 그 사람으로 인해 의미 있고 쓸모 있는 존재인 것이다. 비록 남들처럼 원대한 포부를 지니지 못하고 커다란 성공을 일구지 못했더라도, 거창한 그 무언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없더라도 내 주변의 사람 속에서 적어도 쓸모 있는 존재로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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