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은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이며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한국의 국가 브랜드 제고에 크게 기여하면서 한국경제를 부양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번 월드컵은 우리나라 정보통신 관련 기술수준을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작용해 국내 정보통신산업을 한단계 도약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자금부족과 효과에 대한 의심 등을 이유로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마케팅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지 못하는 데 반해 공동 개최국인 일본의 경우는 국가적 인지도가 높은데다 이번 월드컵에 대비한 준비를 한국보다 치밀하게 하고 있어 실익은 대부분 일본에 내주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만큼의 실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정부와 기업은 물론 범국민 차원의 더욱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내용은 본지가 ‘2002 한일 월드컵’을 100일 앞두고 국내 정보기술(IT)관련 업계를 대표하는 111개 기업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는 본지에서 분야별 기업의 CEO들에게 직접 설문지를 배포하고, 회수한 설문지를 인터넷 리서치 전문업체 코리안클릭(대표 박진영)을 통해 정리, 분석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업들은 대부분 이번 2002 월드컵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것이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았다. 이 질문에는 총 109개사가 응답한 가운데 88.07%인 96개사가 ‘그렇다’라고 답한 반면 ‘아니다’라고 답한 기업은 하나도 없었다. 13개사는 ‘잘 모르겠다’를 선택, 확신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국내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기업의 59.25%인 73개사가 ‘크다’고 답했으며 ‘매우 크다’고 응답한 기업도 21.1%인 26개사에 달하는 등 전체의 80.35%가 긍정적인 결과를 점쳤다. ‘보통’이라고 답한 기업은 7.3%인 9개사였으며 적거나 거의 없다고 답한 기업은 각각 1개사와 2개사에 불과해 절대 다수의 기업들이 이번 월드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기대에 걸맞게 월드컵 이후의 주가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기업의 71.96%인 77개사가 현재보다 50∼250% 포인트 정도 높아진 800∼1000포인트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을 보였다. 1000포인트를 넘어서는 큰폭의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도 7.48%인 8개사나 됐다.
월드컵이 주가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해 월드컵 이후에도 현재 수준인 750포인트 선을 유지할 것이라는 대답은 17.76%인 19개사였다. 하지만 3개 기업 CEO는 월드컵이 주가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쳐 현재보다 낮은 500∼700포인트선으로 오히려 떨어질 것이라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월드컵이 한국에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는 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복수선택을 요구한 결과 총 213건의 대답이 나온 가운데 전체 응답의 48.36%인 103건이 ‘국가 브랜드 제고’였다. 이는 전체 응답기업인 111개사의 약 93%가 우선적으로 ‘국가 브랜드 제고’를 선택했다는 결론이다.
이는 지난 88년 올림픽을 치른 이후 한국의 위상이 크게 올라간 경험에 비춰 이번 월드컵이 한국의 위상을 한단계 더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는 사실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또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수출확대가 기대된다는 응답도 21.6%인 46건에 달해 ‘2002 한일 월드컵’이 단순한 관광특수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한 해외시장 개척에도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같은 결과는 그동안 국가 브랜드가 취약해 해외시장에서의 경쟁에서 국가 브랜드가 높은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의 국가에 비해 우리 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해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국가 브랜드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관건임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첨단 정보통신 기술 현실화 및 통신 인프라 향상을 꼽은 기업도 각각 15.49%와 11.74%로 나타났다. 이는 이번 월드컵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는 국내 정보통신 및 인터넷, 디지털 관련 기술과 제품의 시연장으로도 활용되는 동시에 이들 제품과 기술의 상품화가 촉진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일 월드컵이 IT월드컵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머지 2.82%는 기타를 선택, 업종별로 이번 월드컵에 거는 부수적인 효과는 다양하다는 사실도 보여줬다.
월드컵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분야로는 관광서비스가 49.51%로 단연 앞섰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기업들이 모두 전자·정보통신 분야의 업체였음에도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월드컵을 통해 가장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는 역시 관광·서비스산업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관광서비스 이외에는 IT분야가 30.84%를 차지해 단연 수위를 차지했다. IT산업에 이어 문화분야가 8.12%를 차지해 이번 월드컵이 IT월드컵에 이어 문화월드컵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했다.
기계·화학이나 건설분야 등을 꼽은 기업은 각각 1개사에 불과해 이번 월드컵을 치르면서 직접적인 경제효과를 볼 수 있는 산업분야는 한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월드컵을 통해 국가 브랜드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이들 분야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기업들도 국가 브랜드 상승에 따른 수출확대 등의 간접적인 효과는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T분야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43.83%인 54개사가 ‘크다’고 답했고 ‘매우 크다’고 답한 기업도 12.99%인 16개사에 달하는 등 전체 응답기업의 56.82%가 이번 월드컵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보통이다’라고 답한 기업도 28.41%인 35개사에 달했으며 ‘적다’를 선택한 기업도 6개사나 나오는 등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또 IT분야 가운데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는 정보통신 분야였다. 반면 유통 및 컴퓨터나 부품산업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혜택이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는 전체 응답기업의 47.07%인 58개사가 ‘정보통신’을 지목했으며 ‘인터넷’을 선택한 기업은 25.97%인 32개사였다. 또 12.99%인 16개사는 ‘가전’ 분야가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유통 분야를 선택한 기업은 3개사에 그쳤고 컴퓨터와 부품산업을 선택한 기업도 각각 1개사에 불과했다.
각 기업이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효과에 대해서는 109개 기업이 응답한 가운데 ‘이미지 제고’를 선택한 기업이 26.93%인 32개사로 가장 많았으며 ‘매출 상승’과 ‘수출시장 개척’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업체도 각각 25.25%인 30개사와 16.83%인 20개사로 많았다.
또 이번 월드컵이 전략적 제휴를 확대할 수 있거나 새로운 제품 개발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대답한 기업도 각각 10개사와 4개사였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특수를 겨냥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기업은 전체 응답기업의 35.14%인 39개사에 불과했다. 또 이 가운데서도 단지 25개사만이 월드컵 마케팅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대답, 국내 기업들은 이번 월드컵에 큰 기대를 걸고 있으면서도 마케팅 활동에는 상당히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드컵 특수에 대비한 준비를 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93개사만이 응답, 월드컵 마케팅 자체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업체가 많음을 반영했다.
질문에 응답한 업체 가운데는 ‘효과에 대한 의심’을 꼽은 업체가 28개사로 가장 많았으며 24개사는 ‘자금부족’을 12개사는 ‘시간부족’을 선택했다. ‘인력부족’을 이유로 든 기업은 3개사였으며 나머지 26개 기업은 각기 다른 이유를 들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월드컵 마케팅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은 FIFA측이 공식 후원업체를 제외하고는 공식적인 월드컵 마케팅을 진행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데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의 월드컵 특수에 대비한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점도 주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이같은 인식을 반영이라도 하듯 전체 응답기업의 70%에 달하는 77개사가 한국보다 일본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보다 많은 실익을 챙길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한국의 실익이 클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은 30%인 34개사에 불과했다.
일본이 보다 큰 실익을 챙길 것이라고 답한 기업들은 결승전과 폐막식이 일본에서 열리는 점과 일본의 경우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사전준비를 해온 점을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또 일본의 대외적인 경쟁력과 인지도 및 상품화 능력과 일본의 관광 인프라가 한국보다 앞선 점 등도 주된 이유였다.
반면 한국이 더욱 많은 실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들은 대부분 한국이 일본에 비해 정보통신 인프라가 우수하다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처럼 기업들의 준비가 미흡한 것과는 달리 정부차원의 월드컵 성공 개최를 위한 노력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남은 기간 동안에는 정부차원의 준비보다는 기업 자체의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정부의 노력 정도를 묻는 질문에는 109개사가 응답한 가운데 40.37%인 44개사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41.28%인 45개사는 ‘어느 정도 노력하고 있다’고 답하는 등 대체적으로 만족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저 그렇다고 답한 기업은 14.68%인 16개사였으며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답한 기업은 3.67%인 4개사에 불과했다.
이같은 내용을 반영하듯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는 대다수의 업체들이 월드컵 붐 조성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체계적인 관광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민관이 함께 하는 구체적인 마케팅 전략을 마련하고 우리의 앞선 정보기술력과 인프라 활용방안 및 일본과 차별화된 상품개발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밖에 한국적인 이미지 구축, 교통문제 해결,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을 원하는 기업도 있었으며 몇몇 업체는 정치안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한편 월드컵의 역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인플레이션과 과소비를 선택한 기업이 38.32%로 가장 많았으며 외국기업의 공세로 인해 국내기업이 위축되거나 일본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대답도 각각 20.56%와 19.63%에 달하는 등 자칫하면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이 외국기업들의 잔치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김순기기자 sonnkkim@etnews.co.kr>
소박스: 설문조사 대상기업 - <표>
이번 설문조사에는 정보통신서비스·정보통신기기·인터넷서비스 및 솔루션·컴퓨터·소프트웨어·부품·산업전자·영상산업·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IT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111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했다.
설문참여 업체의 규모는 매출 1조원 이상의 대기업에서부터 100억원 미만의 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구성했다.
업종별로는 인터넷 관련기업이 20.91%인 23개사로 가장 많이 참여했으며 소프트웨어업체와 정보통신서비스업체가 각각 16.36%인 18개사와 14.55%인 16개사로 2위와 3위의 참여도를 보였다. 또 정보통신기기업체는 10.91%인 12개사였으며 산업전자 관련업체 10개사, 유통업체 9개사, 반도체를 포함한 부품업체 6개사, 컴퓨터업체 5개사, 영상업체 5개사가 참여했다. 업종을 선택하지 않은 기업은 3개사였다.
이들 조사대상 기업의 규모는 올해 예상 매출면에서 계획을 밝힌 105개사 가운데 100억∼500억원인 기업이 전체 응답기업의 41.9%인 44개사로 가장 많았으며 1000억∼5000억원인 기업이 23.81%인 25개사로 그 뒤를 이었다.
또 1조원 이상이라고 답한 기업도 12.38%인 13개사에 달했고 5000억∼1조원인 기업은 7.62%인 8개사였다. 이밖에 500억∼1000억원인 기업은 3.81%, 100억원 미만인 기업은 10.48%인 11개사였다.
종업원 수 면에서는 50∼100명 정도의 기업이 26.13%인 29개사로 가장 많았고 200명 이상인 중견기업과 1000명 이상인 대기업이 각각 전체의 22.52%인 25명과 21.62%인 24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50명 미만인 벤처기업은 15.32%인 17명이었으며 100∼200명인 기업은 14.41%인 16개사였다.
한편 이들 기업은 전반적으로 내수의존도가 높았다. 99개 업체가 내수와 수출비중을 밝힌 가운데 내수의존도가 25% 미만인 업체는 7.07%인 7개사에 불과했으며 75∼100%라고 답한 기업은 무려 64개사로 전체 응답기업의 64.65%를 차지했다. 50∼75%인 기업도 17개사에 달했으며 25∼50%인 기업은 11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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