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생존론이 날로 고조되고 있음에도 불구, 채권단이 하이닉스 메모리부문의 매각 협상을 고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이 방법 외에는 별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채권단이 수정협상안에서 독소조항에 대해 분명한 입장 정리와 대응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헐값매각 시비와 독자생존론을 불식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마이크론의 MOU 초안은 98년 10월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가 마이크론에 메모리사업을 매각했던 최종 결과치보다 불리한 조건이 상당수 내포돼 채권단과 하이닉스의 협상력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마디로 ‘TI 학습 효과’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채권단 뭘 원하나=채권단은 이번 수정협상안에서 독소조항으로 지적된 사항들을 모아 대폭 수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15억달러 신규자금 지원(11억달러 만기 10년에 연리 4%·4억달러 후순위채 30년만기 연리 2%) △매각대금으로 받은 주식 50%를 위탁(에스크로) 계좌에 입금해 손실 보전 △주식 처분 시점 제한 등의 수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당초 추가 지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잔존법인에 대해 확실한 생존방안 마련도 요구할 방침이다.
18일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 참석했던 투신권 한 관계자는 “당초 20% 상각했던 것을 신탁고객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 추가 상각하기는 어렵다”면서 이를 반영할 것임을 밝혔다. 주 채권은행인 외환은행 이연수 부행장은 회의 이후 “채권단들의 의견을 모아 수정안을 만들어 마이크론과의 협상에 주력할 예정”이라면서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내용이 다양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TI는 어떻게 했나=이 점에서 마이이크론이 TI의 메모리사업을 인수 사례를 되짚어볼 만하다. 당시 TI는 마이크론에 4개의 반도체 일관생산라인(FAB)과 1개의 후공정 라인을 매각하면서 협상 종결시점을 기준으로 8억8000만달러 상당의 마이크론의 주식 2890만주를 받았고 주식 120만주로 바꿀 수 있는 7억4000만달러 어치의 전환사채, 그리고 후순위채 2억1000만달러 어치를 받았다. 전환사채와 후순위채는 7년 만기 연리 6.5%로 시가로 8억3600만달러에 해당했다.
마이크론이 TI로부터 인수한 생산라인은 이탈리아 아베자노와 미국 텍사스 리처드슨에 있는 팹과 일본 고베철강과 싱가포르 세마테크사와 각각 설립한 조인트벤처 등 팹 4개와 싱가포르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공장 1개다.
마이크론은 TI로부터 기술업그레이드 비용으로 5억5000만달러를 지급받았고 10년 D램 관련 기술을 무상으로 사용하는 라이선스도 었었다. 이탈리아 공장과 관련해 현지 정부가 보증한 1억9000만달러의 부채는 TI에 남기기로 했다. 아울러 TI는 조인트벤처가 빌리기로 했던 신디케이트론 4억5000만달러중 기지급받은 2억1000만달러에 대해 일부 보증을 서기로 했다.
반면 마이크론은 하이닉스의 메모리 라인 최신 7∼8개를 갖고 가면서 총 40억달러의 매각대금을 내놓았으나 이중 15억달러의 신규자금을 요구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마이크론의 요구사항은 비슷한 셈이다. 하지만 4억달러 후순위채는 연리 2%의 만기 30년짜리라는 점에서 TI건과 비교해 더 악화된 조항이라고 볼 수 있다.
◇잔존법인 생존 보장해야=수정안은 잔존법인에 대한 마이크론의 투자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협상 주체인 하이닉스가 강력히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헐값매각으로 국내 반도체산업이 고사된다’는 반발을 누그러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도 이날 이사회에서 MOU 교환결의 전제조건으로 하이닉스 반도체 잔존법인에 대한 마이크론사의 직접투자를 포함한 잔존법인의 생존 가능성을 꼽았다.
하지만 채권단이 이러한 요구를 강력하게 마이크론측에 전달할지는 의문시된다. 채권단 상당수는 “하이닉스의 요구를 이해는 하나 들어주기 힘들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채권단이 여론 등을 감안해 잔존법인에 대한 투자를 수정안에 담기는 하겠지만 협상의 주 테마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벌써부터 대두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만일 채권단이 잔존법인 투자 문제를 단순히 다른 것을 따내기 위한 협상카드로만 활용할 경우 적잖은 반발에 부닥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마이크론의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98년)와 하이닉스에 대한 제안 내용 비교
구분/ TI/ 하이닉스에 요구한 마이크론의 제안
매각라인수/ 팹 4개(이탈리아·텍사스·일본·싱가포르), 싱가포르 후공정공장 1개/ 팹 7∼8개
총매각금/ 주식 8억8000만달러·전환사채 7억4000만달러어치·후순위채 2억1000만달러/ 총 40억달러(주식 30억달러·유진공장 부채 10억달러 등)
운영·업그레이드 자금/ 5억5000만달러/ 5억달러 요구(11억달러·만기30년 연리 2% 후순위채 4억달러)
기타 지급보증/ 조인트벤처 4억5000만달러 신디케이트론 중 일부 보증/ 추가손실 발생 대비해 주식중 50%를 위탁계좌 입금
주가산정기준/ 협상 종결일/ MOU체결일
매각기간=98년 6월18일 매각 발표, 98년 10월1일 협상 종결= 2001년 12월3일 발표, MOU 체결 및 종결시점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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